작년 시장조성실적 32조…4년째 줄어
장외시장 활성화위해 25년전 도입
과거보다 채권 시장 유동성 늘고
일반인 투자 쉬워지며 역할 축소
최근 금리 변동성 확대 영향도
도입 25년째를 맞은 채권전문딜러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외시장 부흥책으로 등장했으나 과거보다 유동성이 풍부해진 만큼 사실상 역할을 상실했단 평가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12분의 1 수준일 정도로 실적이 저조한 상태다. 금리 변동성이 확대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채권전문딜러의 시장조성실적 합계(매수+매도)액은 32조3183억원으로 집계됐다.
수치 조회가 가능한 2007년부터 따졌을 때 30조원대는 지난해가 처음이다. 2020년 105조329억원 기록 후 해마다 감소했다. 10년 전(384조7589억원)과 비교하면 8.4%에 불과하다.
채권전문딜러는 제도는 장외 채권시장 유동성과 투명성 제고를 목적으로 2020년 6월 도입됐다. 딜러들은 자금을 공급하고, 호가는 실시간 공시된다.
구체적으로 은행, 증권사 등이 맡은 딜러들은 매수·매도 양방향 호가를 동시 제출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조성한다. 채권이 종류가 많고, 소량 생산되는 특성을 지닌 만큼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장치다.
하지만 채권시장에 유동성이 확보된 데다 개인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장외채권을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등 기술적 편리성까지 갖춰진 탓에 시장조성 동기가 약해졌다. 지난해 개인은 37조5000억원어치가 넘는 채권을 순매수할 정도로 적극성을 보였다.
딜러 입장에서 역할 수행에 따른 유의미한 혜택도 없다. 수가 점차 줄어드는 이유다. 제도 도입 당시 36개 금융회사가 지정돼 참여했으나 2010년 3월 말 19개사로 줄었고, 지금은 12개사가 전부다. 이 가운데 은행은 도이치·HSBC 등 외국계만 남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제도 도입 당시엔 유동성을 지속 공급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으나 현재는 (유동성이) 잘 돌고 있는 상태"라며 "예전엔 개인들이 호가를 낸 증권사로 연락을 취해 거래하기도 했으나 MTS 등으로 바로 매매 주문을 낼 수 있어 딜러가 나설 부분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외 변수도 작용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몇년 사이 금리 변동성이 대폭 커지면서 국고채 조성업무 자체의 난도가 올라갔다"며 "진폭이 잦아들고 있어 실적은 조금씩 회복중"이라고 설명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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