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일관된 사건 처리 어려워
"수사 적체·지연 해소 급선무"
법조계 "법률 재개정 서둘러야"
"수사 기관의 수사 역량을 대폭 축소시키고 효율적 수사를 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했다."
모성준 대전고등법원 판사가 그의 책 '빨대사회'를 통해 대한민국 수사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형사법 전문가인 모 판사는 "국회가 검찰청법 등을 개정해 경찰과 검찰 사이의 수사 흐름을 끊어버렸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이 책에서 '검찰의 수사권한 박탈'이라는 내용을 따로 할애하며 검수완박의 부작용을 비판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이 유효하다는 판단을 내린지 1년이 지나면서 수사 적체와 지연 현상 등 부작용에 대한 고민이 커지는 상황이다.
■"檢 수사영역 확대 지휘권 복원해야"
검수완박 이후 일선 검사들 사이에선 사건 지연 현상 해소가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검수완박 시행전에 검찰의 경찰의 수사 지휘권마져 사라진 상태에서 수사 영역까지 축소돼 검찰이 일관되게 사건을 처리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검찰 입장에선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기 전까지는 사실상 사건을 파악하기도, 방향을 짐작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경찰에 대한 검찰 수사 영역과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을 일부분이라도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검찰의 직접수사 권한은 2대 범죄(경제·부패)로만 한정돼 있다. 법무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선거 등 일부 영역의 직접 수사게시 권한을 확대했지만 이 방안 만으로는 부족하다는게 법조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찰출신 A 변호사는 "검찰의 수사 게시권한이 줄어들면서 경찰에는 사건이 쌓여 수사 부서는 기피부서가 된지 오래"라면서 "경찰이 처리하는 사건 평균 처리기간이 지연된데다 검찰은 직접수사게시 권한이 없는 사건 고소장을 접수받아 경찰에 내려보내면 사건 자체가 사라져 아예 사건 파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검찰 출신 B 변호사는 "이제는 경찰도 수사 종결권을 가지게 된데다 검찰은 사실상 경찰에게 넘겨받은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정도만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사건이 수사 시작 단계부터 종료될 때까지 컨베이어벨트에 올려진 것처럼 빠르고 일관되게 흐르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다 보니 사건이 지연되는 사례가 늘고 검찰도, 경찰도 사건에 대한 책임감이 약해질 수 밖에 없고, 그 결과 국민들만 피해를 보는 결과를 낳게 됐다"고 비판했다.
의정부지검장을 지냈던 강경필 변호사는 "과거에는 경찰에서 사건을 받으면 검사가 필요하면 다시 수사를 해서 혐의 유무를 가렸지만, 지금은 보완수사 요구를 하다보니 경찰의 수사에 따르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수사지휘권이 없어지고 대등하다는 취지로 보완수사 요구가 생겼지만, 결국 지휘에 따른 책임과 의무가 없어지면서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법률 재개정 등 과감한 개선 필요"
법조계에선 관련 법률을 재개정 해서라도 검수완박 부작용을 최소화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A 변호사는 "지난해 법무부가 검수완박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검찰의 수사 영역을 일부 늘렸지만 일선 검사들 사이에는 줄어든 수사영역을 현실적으로 복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국회가 관련 법률 재개정을 통해서라도 부작용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지난 18일 전국 고등검찰청 검장들을 만나 형사 사법 절차 지연 해결책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자들과 수사지휘권 폐지, 직접 수사 범위 축소 등이 사건 지연에 영향을 미쳤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개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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