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식품 이물질 나왔을땐 90만원 받았다"
국내 식품업체의 고객 보상 지적한 소비자
"처음부터 과도한 요구" 끝내 거부한 업체
A씨가 구입한 떡갈비 포장지(왼쪽), A씨의 잇몸에서 뽑아낸 1cm 길이의 플라스틱 모양 이물질(오른쪽)/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유명 브랜드의 떡갈비를 먹다 잇몸에 이물질이 박히는 피해를 입었지만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사연이 공개됐다.
잇몸에 박힌 1cm 이물질, 치과에서 뽑아내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40대 사진작가 A씨는 지난 2022년 6월24일 인근 대형 마트에서 B사의 떡갈비를 구입해 먹던 중 강하게 잇몸을 찌르는 이물감을 느꼈다. 이후 이물감과 통증이 지속되자 치과를 찾은 A씨는 잇몸에서 1cm 길이의 플라스틱 모양 이물질을 뽑아냈다.
A씨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고했고 조사 결과 이물질은 떡갈비를 만들 때 혼입된 돼지의 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물질은 빛을 통과시켜 분석하는 FT-IR과 X선을 이용한 XRF 등 2가지 검사에서 돼지털과 유사율이 97~98%에 달했으며, 플라스틱과 유사율도 5%에 달해 잇몸에 박힐 정도로 경직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물질이 돼지고기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들어간 것으로 추정한 식약처는 B사에 향후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위생관리를 통한 식품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도록 행정지도했다고 전했다. 다만 돼지털은 금속, 플라스틱, 유리 등과 달리 원재료에서 나온 이물질이므로 불가피하게 혼입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B사에 대한 행정지도는 '주의'에 머물렀다.
항의했더니 5만원 상품권 제시한 식품업체
그러나 A씨와 B사는 2여년 동안 보상, 환불 등에 합의하지 못했다. B사는 피해 보상으로 5만원 모바일 상품권을 제시했지만 A씨가 받아들이지 않자 더 이상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앞서 A씨는 같은 마트에서 외국 식품을 구입해 먹던 중 비닐이 나와 문의했더니 해당 업체 담당자가 바로 찾아와 사과하고 경위를 설명하며 90만원의 피해보상을 제시해 사건을 마무리한 적이 있었다며 B사의 고객 응대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A씨는 "단순히 돈을 원한 것이 아니며 대기업의 소비자 응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진정한 사과도 없이 5만원짜리 모바일 상품권을 받던지 안 그러면 관두라는 식의 태도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블랙 컨슈머로 낙인 찍어 불쾌하다"는 소비자
그러면서 "나를 블랙 컨슈머로 낙인찍은 부분도 매우 불쾌했다"며 "세계적인 업체의 유명 제품에서 이물질이 나와 소비자가 피해를 본 데 대해 잘못을 인지하고 적절한 조처를 하라"고 주장했다.
또 A씨는 최근 경찰에 신고한 데 이어 한국소비자원에 피해보상 중재를 요청해 분쟁조정위원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1만5000원만 환불한 업체 "과도한 보상 요구, 수용 어렵다"
한편 B사는 분쟁이 발생한 후 2년이 다 돼가는 지난 8일 A씨에게 1만5000원을 환불해줬다. 이는 물가 인상을 반영해 A씨가 애초 제품을 구매했을 때보다 3000원 더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B사 관계자는 "떡갈비는 돼지고기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털이나 뼈가 간혹 나올 수 있다"면서 "소비자가 과거 외국 식품기업의 피해보상 얘기를 하며 처음부터 과도한 보상을 요구했고, 정신적 피해보상을 요구했으나 수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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