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DB
[파이낸셜뉴스] 등교하던 초등학생을 납치한 뒤 부모에게 거액을 요구한 40대 남성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동식 부장판사)는 2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영리약취·유인등) 혐의로 기소된 백모씨(42)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등교 중인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아파트 옥상으로 납치하고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그 모친에게 2억원을 요구한 사건으로, 그 죄질이 매우 무겁고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피해자가 이 사건 이후에도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백씨는 지난해 12월19일 오전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에서 등교 중이던 여자 초등학생 A양을 흉기로 협박해 납치한 혐의를 받는다. 백씨는 사건당일 오전 8시40분께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A양을 흉기로 위협하며 아파트 옥상으로 끌고 가서 손과 입, 눈 등에 테이프를 붙인 후 기둥에 묶었다. 이후 A양에게서 빼앗은 휴대전화로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오후 2시까지 현금 2억원을 준비하라. 아니면 딸을 볼 생각하지 마라"는 문자를 보냈고 이후 경찰 신고 등을 확인하려 옥상을 잠시 떠났다.
그러나 백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A양은 테이프를 끊고 탈출해 인근 파출소에 구조를 요청했다. 경찰은 바로 옆 아파트로 들어가는 백씨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해 사건 발생 6시간 만에 그를 검거했다.
경찰 조사에서 백씨는 약 1억7000만원의 채무 압박감에 못 이겨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앞서 백씨는 최후변론에서 직접 쓴 반성문을 읽으며 "가족이 길거리에 나앉을 거란 압박감에 제정신이 아니었다"며 "가정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어리석은 행동을 해 후회하고 뉘우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결심 공판에서 백씨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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