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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마켓워치]강제상환특약 늘어나는 기업 회사채, 부담 커지는 신평사

[파이낸셜뉴스]강제상환옵션이 부여된 회사채 발행이 늘어나고 있다. 강제상환옵션은 '신용등급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조기에 원금을 상환한다'는 일종의 특약이다. 투자심리를 끌어모으기 위한 '당근책'이지만 기업들의 존립을 위협하는 리스크가 되기도 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강제상환옵션을 내걸고 회사채를 발행한 곳은 동아쏘시오홀딩스, 여천NCC, 캠시스, 신세계프라퍼티 등이다.

지난해 말에는 이마트24, 롯데컬처웍스, 포스코이앤씨 등 대기업 계열사들도 강제상환옵션을 내걸고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지난 15일 2년 만기의 회사채 300억원어치를 발행하면서 강제상환옵션을 내걸었다. 이 회사의 신용등급은 A0 수준이다. 통상 강제상환옵션은 신용등급이 2단계 이상 떨어질 경우 발동된다.

여천NCC도 같은 날 3년 만기의 사모채(300억원)를 찍었다. 해당 회사채는 1개 이상 신용평가사로부터 BBB+ 이하의 평가를 받으면 강제로 조기상환한다는 구체적 옵션을 내걸었다. 여천NCC의 신용등급은 A0다.

앞서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 1월 26일 530억원 규모의 사모채를 발행했다. 강제상환옵션은 A- 등급 이하 또는 신용등급 미존재시 트리거가 발동한다. 무등급이 트리거 조건이 된 것이다.

무등급을 트리거 조건을 포함한 것은 과거 무등급을 악용한 선례가 있어 투자자들이 경계하고 있는 부분이다. 신용등급 BBB0였던 금호타이어가 지난 2018년 3월 채무불이행(디폴트) 직전까지 가는 동안 시장에서는 경고음이 한 차례도 울리지 않았다.

신용등급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자 금호타이어는 2017년 9월 회사채 만기일에 맞춰 신평사와 등급평가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이에 신평사들은 등급 하향 조정 요인이 있어도 등급평가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뒷북 평가'라는 비난도 피할 수 있었다.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도 채권투자를 할 때 요구 사항이 깐깐해졌다는 분석이다. 기업들로선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투자자들의 요구를 맞추는 형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조기상환청구 옵션이 내건 기업 회사채가 과거 대비 증가했다"면서 "특정 업종의 회사채에 대해 해당 옵션 없이는 투자하지 않으려는 기관 투자자도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고금리 상황이 고착되고, 기업들의 자본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덩달아 확대된 결과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A기업의 경우 직원들 월급까지 밀리고 있으나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하루하루를 버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업들로선 투심을 끌어모으기 위한 강제상환옵션이 '부도의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신평사들의 어깨도 한층 무거워지고 있다. 선제적으로 경고음을 올릴 경우 '부도 시기를 앞당겼다'는 기업과 주주들의 원망을 들을 수 밖에 없다. 반대로 늦게 신용등급을 내리면 뒷북 평가라는 지적과 함께 투자자들의 피해를 방관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