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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대장동 50억 클럽' 수사 속도내나

권순일 前 대법관 압수수색 진행
'소명 불충분'으로 여러 번 기각
법조계 "수사 급진전 어려울 듯"

검찰이 권순일 전 대법관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대장동 50억 클럽' 수사가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법원은 권 전 대법관의 압색 영장을 3차례 기각한 바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김용식 부장검사)는 지난 21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권 전 대법관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 영장에 변호사법 위반 혐의만 적시했다. 법조계에선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재임중 '李 재판거래' 의혹

권 전 대법관은 재임 중이던 2020년 7월 이 대표의 과거 선거법 위반 대법원 상고심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해 무죄 취지 파기환송을 이끌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권 대법관이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대가를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른바 '재판 거래'가 이루어졌다는 의혹이다.

2018년 이 대표는 경기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 "친형의 정신병원 강제 입원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됐고, 이듬에 2심에서 벌금 300만원의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20년 7대5 의견으로 무죄 취지 파기환송을 하며 이 대표의 경기지사직이 유지됐으며 2년 뒤 대선에도 출마할 수 있었다.

당시 재판 전후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권 전 대법관의 사무실을 8번 찾아갔으며, 권 전 대법관 퇴임 이후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로부터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권 전 대법관이 변호사 등록을 한 시기는 2022년 10월로 그 이전에 직무를 수행하면 변호사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거래 의혹 관련 혐의도 화천대유에서 금품을 받았다는 내용으로 변호사법 위반 혐의와 사실관계가 완전히 나눠진다고 볼 수 없다"며 "김만배로부터 받은 돈의 성격을 무엇으로 볼 것이냐 하는 점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3년만에 영장 발부

법조계에선 이번 수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지난 2021년부터 수사에 착수했지만 사실상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2021년 두 차례, 올해 초 한 차례 권 전 대법관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전 대법관에 대한 범죄 사실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는 것이 기각 사유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2021년 9월 '50억 클럽' 의혹 수사를 시작한 뒤 같은해 11월~12월 권 전 대법관을 두 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듬해 1월 변호사법 위반 혐의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6대 범죄)가 아니라는 이유로 경기남부경찰청에 이첩했고, 이후 지난해 10월경 경기남부경찰청으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아 반부패수사1부(강백신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현재 반부패1부와 3부가 협력해 대장동 사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원의 3차례 영장 기각을 두고 '제 식구 챙기기'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앞선 대장동 특혜 의혹 관련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미뤄볼 때 권 전 대법관에 대한 영장 기각이 자기 식구 챙기기로 비춰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