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토 알메이다 美 일리노이대학교 석좌교수
"일반적 기업은 보통주주가 분산된 지배구조지만
韓 최종결정자가 상당한 지분소유한 독특한 모습
경영·소유 분리로 발생하는 대리인 문제 비중 작아
경영진 보상체계,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에 초점맞춰야
최근 금융업계 핫이슈 'Say-on-Pay' 도입엔 부정적
주식보상도 EPS 타기팅 등 단기성과주의 보완책 필요
헤이토 알메이다 현재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어바나-샴페인 캠퍼스) 경영대학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며 전미경제연구소(NBER) 연구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브라질 태생인 그는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뉴욕대 경영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김환기 현재 미국 베일러 경영대학에서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기업지배구조 및 국제재무에 대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다.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졸업 후 미국 미시간대와 일리노이대에서 각각 금융공학 석사, 경영학(재무전공)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은 지배구조를 간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성공을 경험해 왔다. 세계 주요 국가에서 단기주의와 같은 과제들에 대해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논의가 전체적인 성공 스토리를 가려서는 안 된다." 기업 유동성 관리 분야의 최고 전문가, 특히 한국 재벌기업들과 관련된 통찰력 있는 연구를 한 헤이토 알메이다 미국 일리노이대(어바나-샴페인 캠퍼스) 경영대학 석좌교수가 다른 국가와는 다른 소유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 기업에 대해 내놓은 평가다. 알메이다 교수는 "해외 사례를 본받으려 하기보다 성공한만큼 그 바탕 위에서 개선점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알베이다 교수와의 일문일답.
―최근 몇 년간 미국은 기후변화, 총기규제 및 다양성과 같은 문제를 중심으로 강한 정치적 양극화가 나타났다. 양극화가 미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의 심화된 정치적 양극화는 경제뿐 아니라 사회·문화에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경제에 미치는 영향들을 따져 볼 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주제가 있는데 그것은 정부 규제의 증가다. 최근 미국은 주요 정당 양쪽 모두가 다양한 문제에 있어 강한 극단적 입장을 채택하고 있다. 이 양극화는 한 정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 그러한 극단적 정책을 열정적으로 추진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문화적 양극화의 영향으로 공화당은 이민을 강하게 반대하고 규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 왔다. 이러한 반이민 정책은 특히 농업 분야와 같은 부문에 외국 노동자가 기여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H1B 비자 발급 또한 극단적으로 감소했다.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보여준다는 충분한 증거들이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반이민 정책들은 경제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정당화하기 어렵다. 이러한 양극화의 부작용은 특정 정당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도 사회정의 문제와 관련해 극단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부 재정정책과 관련한 우려도 존재한다. 정치적 양극화가 팽배해질수록 정부의 경제·예산·재정 문제 등에 대한 대응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요약하면 미국의 심각한 정치적 양극화는 경제성장이라는 일반적 목표와는 결이 다를 수밖에 없는 정부 규제 확대를 야기해 왔다. 이러한 현상들은 그것이 이민 정책이든 다양성 관련 정책이든 양 극단에 있는 지지자들의 주장과 견해에 맞추려는 정치의 속성에 기인한다. 양쪽 정당 모두가 이러한 상황을 부채질해 왔으며, 결과적으로는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에 적합하지 않은 규제환경이 형성되고 있다.
―최근 민간 부문에서도 여러 정치적 어젠다와 관련한 상당한 압력이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도 그중 하나다. 외부압력의 효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그것들이 민간 부문의 장기가치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판단하나.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환경과 사회 문제를 하나로 묶어 ESG라고 뭉뚱그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지 여부다. 환경 문제와 관련된 것이든 사회 문제와 관련된 것이든 주주 및 투자자 참여하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특정 어젠다를 추구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주주 및 투자자들이 기업 재무결정을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증거는 매우 많다. 그리고 이러한 기업의 결정들이 환경과 사회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 또한 쉽게 찾을 수 있다. 다만 현재의 ESG투자 바람이 시장의 자체적인 움직에 의한 것이 아닌, 공공 부문의 시장 규제에 의한 것이라면 시장왜곡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미 언급된 것처럼 이러한 정부의 시장개입이 정치적 양극화로 인한 것이라면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충분하다. 개인적으로는 환경 문제보다는 사회 문제가 이러한 문제점에 노출될 확률이 더 크다고 본다. 이러한 압력들은 종종 경제적 타당성이 명확하지 않으며, 주로 정치적 고려사항에 의해 주도되는 것처럼 보인다. 정치인들이 정책결정을 통해 행사하는 영향을 고려할 때 투자자 및 기업들은 경제적 측면에서 이상적이지 않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맞추려는 압박을 느낄 수 있다.
―최근 한국에서 금융업계를 중심으로 'Say-on-Pay(경영진 보수에 대한 주주 투표권)'의 한국판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 특유의 재벌 및 대기업 집단 중심의 기업 지배구조를 고려할 때 이 메커니즘이 한국 기업들의 경영진 보상체계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보나.
▲많은 한국 기업, 특히 재벌기업들의 경우 지분구조가 총수 일가를 비롯한 소수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Say-on-Pay가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Say-on-Pay가 전반적인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포함된다면 더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기존 문헌에 따르면 미국에서 Say-on-Pay의 시행은 거버넌스와 경영진 보상체계, 기업 정책결정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은 미국 기업과는 완전히 다른 소유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주식 소유가 집중적인 기업에 대해서는 Say-on-Pay가 큰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많은 미국 기업들은 경영진 보수의 일환으로 성과 조건부 주식 보상(performance-vesting equity awards)을 도입해 왔다. 이러한 보상체계가 실제로 단기주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나.
▲재무경제학자들의 아이디어와 제안에 기반해 고안된 성과 조건부 주식 보상은 분명히 경영진의 단기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러가지 보완해야 할 부분들도 분명히 있다. 사실 이론적으로 시장이 완전히 효율적이라면 애초에 이렇게 복잡한 보상체계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의 주식 가치가 미래의 모든 현금흐름과 기업의 결정, 그에 따른 미래가치들을 정확하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단기적 주식 보상만으로도 충분히 경영진으로 하여금 주주 가치 극대화라는 기본적 목표 달성을 추구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여러 가지 이유로 현재의 주식 가격과 기업의 장기 가치 간에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문제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고, 주식 보상만으로는 대리인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이런 측면에서 성과 조건부 주식 보상은 매우 흥미로운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론적으로는 분명히 경영진의 단기주의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여전히 해당 방식을 채택하는 기업의 수가 전체 대비 그렇게 많지는 않기 때문에 어떠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실증연구를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오히려 그동안의 연구를 통해 우리가 확실하게 알고 있는 사실은, 보상받은 주식에 대한 소유권이 완전히 귀속될 때가 되면 단기주의가 더욱 심화되면서 경영자들이 단기 주가상승을 위한 여러 기업 재무적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성과 조건부 주식 보상이 EPS 타기팅과 같은 단기 성과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좀 더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 기업들의 특수한 지배구조를 고려했을때 경영진 보상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앞서 언급한 대로 한국 기업은 독특한 소유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경영진 보상방식 결정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일반적인 최적 계약은 보통 주주가 분산되어 있는 상황을 가정하여 설계되며, 경영진에게 효과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동기부여하는 것이 주요 고려사항이다. 그러나 집중적 소유구조를 가진 한국 기업들은 조금 다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경우 최종 결정자들은 이미 회사에서 상당한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 기업들에는 장기보유(long-term vesting) 계약이 별로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 집중된 소유구조가 이미 존재하는 경우 장기보유 조항을 추가해도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 사실 대주주들을 기업의 궁극적인 주인이라고 본다면 그들이 최종 결정을 내리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서 나타나는 대리인 문제가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이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게 어려운 점이다. 그룹 총수가 존재하지만, 각각의 계열사는 개별 경영진이 운영하고 있다. 이들의 결정이 각 계열사 혹은 그룹 전체의 가치보다 개인의 결정 가치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경우 주식 가격이 이러한 경영진의 행동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을 수 있다는 도전을 제기한다. 이러한 독특한 과제들을 한국 기업들이 잘 해결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기업의 경영진 보상은 주주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사회문제 및 환경문제를 개선하면서 동시에 단기실적보다는 장기적 기업 가치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에 앞서 한국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단기 인센티브의 정도를 먼저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미국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단기 인센티브가 한국에서는 그리 두드러지지 않을 수 있다. 집중된 소유는 최적 보상구조의 설계를 복잡하게 할 수 있으며, 한국은 그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 다른 방식의 지배구조들을 실험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의 재벌그룹은 정부가 강제한 것이 아닌, 한국의 경제 및 시장의 변화에 맞춰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온 것이기 때문에 한국적 맥락에서 분명히 존재 가치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상당한 독점권력을 행사함으로써 전반적인 경쟁을 저해할 수도 있다. 이러한 요소들의 경제적 영향을 정량화하는 것은 복잡한 과제다. 그러나 한국은 지배구조를 간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성공을 경험해 왔다. 개발도상국으로 시작해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들 중 하나로 발전한 한국은 현대 경제사에서 주목할 만한 성공스토리 중 하나다. 단기주의와 같은 과제들에 대해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논의가 전체적인 성공스토리를 가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리 =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대담 = 김환기 美 베일러 경영대학 재무전공 교수
한미재무학회(KAFA)는
한미재무학회(KAFA)는 지난 1991년 미주지역 재무 연구자들의 학술적 발전 및 상호교류 증진을 목적으로 발족한 학술단체다. 30여년간 발전을 거듭해 현재 미주는 물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과 유럽, 호주 지역 한인 연구자들의 모임으로 발전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2007년부터 한미재무학회의 학문적 성취를 장려하기 위해 KAFA를 후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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