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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대국 印도 출산율 하락… 저출산 늪에 빠진 지구촌[글로벌 리포트]

산업화에 출산·육아 기피 확산
개도국도 ‘인구절벽’ 속도 빨라져
‘세계의 공장’ 中 인구 2년째 하락
저임금 노동자 줄고 인건비 상승
세계 합계출산율 2021년 2.23명
2100년에는 1.59명까지 떨어져
글로벌 국가 97%서 인구감소 예상

인구 대국 印도 출산율 하락… 저출산 늪에 빠진 지구촌[글로벌 리포트]

미국 인구조사국은 지난해 12월 발표에서 올해 1월 1일부로 전 세계 인구가 80억1987만6189명을 기록해 최초로 80억명을 넘긴다고 추정했다. 앞서 유엔 앞서 유엔인구기금(UNFPA)은 2022년 11월에 이미 세계 인구가 80억명을 넘겼으며 2080년대에 100억4000명까지 늘어난 다음, 2100년까지 비슷한 규모를 유지한다고 예상했다. 두 기관 모두 인구 증가 속도가 느려진다는 예측에는 이견이 없었다.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에서도 출산과 육아를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구 감소는 결국 노동자와 소비자를 동시에 줄이면서 인건비와 복지 비용을 높여 전 세계적인 불황을 부채질할 전망이다.

■2100년 세계 97% 인구 유지 어려워

여성 1명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수 있다고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합계 출산율(TFR)'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한 국가가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TFR이 최소 2.1명은 되어야 한다. 지난해 한국의 TFR은 0.72명으로 역대 최저이자 세계 최저였고 한국의 인구는 2020년부터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대학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는 20일(현지시간) 영국 의학 매체 란셋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세계 평균 TFR이 1950년 4.84명에서 2021년 2.23명으로 줄었고, 2050년에는 1.83명으로 떨어진다고 내다봤다. 2100년에는 1.59명까지 내려갈 전망이다.

2050년 기준으로 세계 204개국 가운데 49개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약 76%의 국가들은 TFR 하락으로 인구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2100년에는 97%의 국가에서 인구 감소가 예상된다. 같은 시기 TFR이 2.1명을 넘어가는 국가들은 사모아, 소말리아, 통가, 니제르, 차드, 타지키스탄을 포함한 6개국이 전부다. 한국의 TFR은 2050년 0.82명으로 세계 최저로 예상되며 2100년에도 같은 수치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은 2100년에 부탄(0.69명) 등 4개 국가들의 TFR이 더 낮아지면서 꼴찌는 면할 전망이다. 이번 보고서는 IHME의 국제 연구 컨소시엄 '국제질병부담(GBD)'이 1950∼2021년 수집한 인구 조사와 설문 조사, 기타 자료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연구진은 코로나19 창궐로 인해 자료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AFP통신은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 보고서에 개발도상국의 자료가 충분히 들어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개발도상국도 출산율 떨어져

그러나 개발도상국 수치가 정확히 반영되더라도 인구 감소 전망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 이미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인 인도에서도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 2021년 11월 인도 정부가 공개한 국가가정보건조사(NFHS)에 따르면 인도의 TFR은 2명으로 1950년 건국(TFR 6.2명)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는 동시에 인구 유지 최소치(2.1명)를 밑돌았다.

GBD 연구에 의하면 인도의 TFR은 2050년 1.29명, 2100년 1.04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도 일간지 타임스오브인디아(TOI)는 지난해 7월 보도에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대가족을 꾸리려는 수요가 줄어들었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확산되면서 출산을 미루려는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TOI는 이외에도 물가 상승에 따른 양육 부담 증가, 정부의 가족 계획 프로그램에 따른 피임 기구 보급 역시 출산율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현상은 '인구 절벽'에 처한 서방 및 선진국이 과거에 겪었던 변화와 매우 유사하다. 출산율 하락 속도는 인도 외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빨라지고 있으며 산업화 속도와 비례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TFR은 경제 개방이 한창이던 1991년에 2명 아래로 떨어졌고 2021년 기준 약 1.2명이다. 미 외교 전문지 디플로맷은 이달 5일 태국과 베트남의 TFR이 각각 1993년, 2005년에 2명을 밑돌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남아시아에서 2035년 기준으로 TFR 2명을 웃도는 국가는 라오스, 필리핀, 미얀마, 동티모르까지 4개국에 불과하다고 예측했다.

그나마 인구 증가 속도가 빠른 지역은 아직 산업화가 느린 아프리카다. GBD 연구에 따르면 2100년까지 태어나는 신생아 가운데 적어도 2명 중 1명은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 출신으로 추정된다.

■제품 만들 사람 급감 우려

GBD 연구에 참여한 IHME의 나탈리아 바타차르지 선임 연구원은 출산율 변화가 "국제 경제와 세계적인 권력 균형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요 외신들이 가장 주목하는 지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이다. 지난 1월 유럽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에 의하면 지난해 전 세계 제조업 생산물의 35%는 중국에서 나왔다. 중국은 최근 베트남과 인도 등으로 공장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2위 미국(12%)의 2배가 넘는 비중의 공산품을 생산하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은 지난달 4일 보고서에서 2035년이면 중국의 인구가 14억명 아래로 줄어든다고 예상했다. 중국의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4억967만명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4월 보도에서 과거 중국이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한 덕분에 세계의 공장 역할을 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인구 감소와 함께 고학력 노동자가 증가하면서 저임금 노동자가 줄어들고 인건비가 오르는 추세다. 이는 미국 등 중국산 수입품에 의존하는 선진국에 물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인구 감소로 중국 소비자들의 지출이 줄어들면 미국의 애플이나 나이키처럼 중국 시장에 의존하는 다국적 기업들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출생률 감소는 고령화 및 복지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에 따르면 2050년 유럽연합(EU)의 생산가능인구는 지금보다 5분의 1 줄어들 예정이다. 중국 사회과학원(CASS)은 지난 2019년 중국의 주요 연금이 2035년이면 고갈된다고 추정했다.


미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해 1월 보고서에서 2025년 기준 신용 등급이 '투기 등급(정크)'인 국가 비율이 전체 33.3%, 최우수 등급(AAA) 비율은 18.52%로 예상했다. 그러나 2060년이 되면 정크 비율은 49.38%까지 뛰고 AAA 비율은 2.47%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다른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지난해 5월 특히 한국을 언급하며 2050년 기준으로 한국과 대만, 중국에서 고령화 및 그에 따른 재정 위험이 심각해진다고 우려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