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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선 무력도발, 뒤에선 해킹 공작… 선거철 분열 노리는 北[4·10 총선 '외풍 경계령' (中)]

北, 국내 선거철마다 무력도발 반복
안보불안 일으켜 '외교 이익' 챙기기
최근 러 기술자문 받아 미사일 고도화
日에도 손내밀며 '韓 고립' 작전 시도
한미일 협력 굳건하고 北 외교력은 빈약
美 트럼프 당선되더라도 큰 변화 없을듯
北, 한편에선 꾸준히 해킹조직 강화
해외에 거점 두고 가짜뉴스 확산 의혹

앞에선 무력도발, 뒤에선 해킹 공작… 선거철 분열 노리는 北[4·10 총선 '외풍 경계령' (中)]


북한은 분단 이래 수십년 동안 우리나라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는 시도를 해왔다. 주로 이용해온 건 안보불안을 일으키기 위한 무력도발 감행이다. 포 사격부터 미사일 발사, 핵실험, 때로는 국지전을 벌여 전쟁의 공포를 일으키려 했다. 이에 우리는 때론 국론분열을 겪으며 북한의 불순한 의도에 말려들기도 했다. 그동안 남한은 진보와 보수 정권이 번갈아 들어서며 북한과 대화에 나서기도, 강경일변도 대북정책을 펴기도 했다. 현재도 북한은 여전히 핵.미사일을 고도화시키며 무력도발을 일삼아 한반도 안보정세의 불안감 극대화에 나서고 있다. 남한 내 안보 불안감 조성과 사회 분열 획책은 물론, 나아가 미국과의 핵군축협상을 벌여 정치적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얻기 위해서다. 이를 위한 교두보로 최근 북한은 일본에 손을 내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를 등에 업은 건 물론이다. 우리나라는 '주적'이라 규정하며 거리를 두고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를 한반도 문제에서 고립시킴으로써 북핵 정국의 주도권을 쥐려는 것이다.

■러 밀착 탄도미사일 고도화…'트럼프 협상' 노려

26일 외교가 등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말부터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이어오고 있다. 군사협력을 맺은 러시아의 기술자문을 받아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다. 위성발사기술은 탄도미사일과 같은 원리라는 점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고도화의 연장선이다. 곧 이어 고체연료 ICBM 고각발사 도발도 감행했다. 올해 들어선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했다.

북러 군사협력 이후 첫 굵직한 도발이 정찰위성이라는 것, 이후 탄도미사일 발사를 이어왔다는 대목에서 북한의 무기체계 개발의 주된 목표는 우리나라보다 미국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사거리로 보면 ICBM은 미 본토, IRBM은 괌 등 미군 기지, SRBM은 전북 군산 주한미군 제8전투비행단으로 추측된다.

ICBM 발사 당시 북측은 도발 배경으로 한미 핵협의그룹(NCG)과 미 핵잠수함 미주리함 한반도 전개를 지목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을 의식하고 도발을 했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고, 구체적으로는 올해 11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했을 때 핵군축협상을 끌어내려 한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여러 차례 정상회담을 벌인 적이 있고, 이번 대선 기간에도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대북 협상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능력을 경계하고 있다. 그레고리 기요 미 북부사령관 겸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관은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ICBM은 미 전역에 핵탄두를 보낼 추진력을 갖췄고, 러시아의 지원으로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전망을 담았다.

이런 인식 때문인지 미 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과 별개로 우회적으로 핵군축협상 여지를 남기고 있다. 정 박 미 국무부 대북고위관리는 북한 비핵화에 대해 '중간단계'를 거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냈다. 북한은 이를 의식한 듯 한미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 실시에도 무력도발에 나서지 않았고, FS 종료 후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민주주의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한 날에 맞춰 SRBM 발사 도발을 감행했다. 미 행보에 따라 도발의 수위와 시기를 조절하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핵무기 개발 프로세스를 올해 내내 촘촘하게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국지적 도발을 해 긴장을 조성하는 것과 결이 다르다"며 "미 대선이 다가오면 정찰위성 추가 발사와 고체연료 ICBM 발사 등으로 미국에 존재감을 보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등에 업고, 일본 다가가고…韓 배제 의도

북한이 존재감을 키우는 또 다른 시도는 중국과 일본에 다가가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에 전통적인 우방국이지만 동시에 통제를 가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일본은 북한의 위협인 한미일 공조를 깨뜨릴 틈이자 미국과의 협상을 끌어낼 매개이다.

김 위원장은 올해를 중국과의 친선의 해로 선포했다.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을 기회로 삼아 군사협력을 맺는 데 성공했지만, 중국은 경제회복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관계회복을 도모하고 있는 터라 거리를 좁히기 어려운 상황이라서다.

북한으로선 러시아와 함께 중국도 확실히 배후에 둬야 미국이 협상에 나서게 만드는 압박을 만들 수 있다. 또 미국으로 하여금 정치적인 핵보유국 인정을 받는 데 실패할 경우 차안으로 중러를 통해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얻을 수 있다. 이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을 두고 자체적인 핵우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며 핵보유국 지위를 부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북중이 북러만큼 가까워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러가 전격 군사협력을 맺었듯 중국은 대만 침공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이는 미일이 최근 방위조약 개편에 나설 만큼 실체적인 위험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중국에 김성남 국제부장 등 고위급을 보냈다. 북중 고위급 회담을 거쳐 북중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북러 군사협력의 경우와 유사하게 대만 침공을 위한 밀착이 이뤄질 수도 있다.

북한은 동시에 일본과의 대화에 운을 띄우고 있다. 일본 정부가 납북자 문제를 위해 매번 제의했던 북일정상회담에 대해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여지를 남겼다. 이어서 김 부부장은 일측에서 정상회담 제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부인하긴 했지만, 북일회담 가능성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북한을 둘러싼 외교관계에서 우리나라는 배제되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이 우리나라와의 통일은 없고 주적이라 규정하면서 중·러, 미·일과의 관계를 펼쳐서다. 과거처럼 단순 무력도발이 아닌 한반도 문제에서의 외교적 고립을 유도해 국론분열을 일으키려는 것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는 "북한은 우리나라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해왔지만 분단이 수십년 이어지면서 북한의 직접적인 언행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면역이 생겼다. 하지만 중국 등은 다르다"며 "때문에 북한의 중·러와 미·일에 대한 외교행보는 우리나라에 대한 영향력을 끼치려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북한 '韓 배제' 현실화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북한의 의도대로 국제정세가 흐를 가능성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때문에 북한의 외교적 압박이 이번 총선, 이후의 선거에도 영향을 끼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우선 북미 담판이든 북일 회담이든 한미일 협력이 공고화된 상황에서 한국이 배제될 만한 압도적 이익을 제시할 능력이 북한에는 없다는 분석이다. 북핵 위협은 한미일 모두 이해관계가 얽힌 중요한 현안으로, 트럼프 정부 2기가 들어서더라도 달리 판단할 여지는 없다. 북일 간에는 해결되기 어려운 납북자 문제가 있어 별도로 의제를 만드는 건 쉽지 않다.

북중러 협력은 진행되겠지만, 중국이 미중 패권경쟁에 큰 자극이 될 것임에도 무리하게 북한과 전적으로 연대할 가능성은 작다. 미중은 이미 경제적인 이유로 서로 디커플링은 불가능하다고 인정하고 어느 정도의 관계를 쌓아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의 총선 책동'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미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한미동맹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한의 실현가능성 없는 '외교 공갈'이 총선에 끼칠 영향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이제는 예전 같은 북풍(北風)이라는 개념보다는, 총선과 관계없이 북한이 한국을 패싱하려는 시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접근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벌어지는 것"이라며 "북한과의 대화 혹은 한미 공조로 대북 압박을 더해야 한다는 의견이 부딪히는 구도"라고 했다.

■北 뒤에선 가짜뉴스·해킹 공작

북한이 대외적으로는 우리나라를 패싱하는 행보를 보이지만, 다른 한편에선 해킹조직을 동원해 총선 개입을 시도하고 있다. 외교 공갈 압박을 통한 국론분열을 가짜뉴스로 극대화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은 해킹조직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가상자산 탈취와 기반시설 마비 등이 기본적인 임무이지만, 시기상 선거 개입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는 우리 총선을 비롯해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선거를 치르는 '슈퍼선거의 해'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가짜뉴스를 확산시키는 구체적인 정황이 알려지진 않았다. 다만 국정원은 북한 문화교류국과 정찰총국이 중국 등 해외를 거점으로 다수의 댓글을 달거나 친북 성향 매체 기사를 지속적으로 소개해 정부 불신을 조장하는 공작을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원이 공식적으로 밝힌 중국 언론 홍보업체가 국내 언론사처럼 위장한 웹사이트 38곳도 이런 공작에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북·중이 여론조작에 쓰기 위한 웹사이트들을 다수 개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최근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을 악용한 가짜뉴스가 선거에 끼치는 영향을 지목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의에서 북한을 겨냥해 "다른 나라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세력들에 대해서도 엄격히 법을 집행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함께 공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조작된 연설영상이 SNS에 퍼지자 신속히 차단하고 메타(전 페이스북)와 백악관 등 미측과 가짜뉴스 대응 협력을 주도한 바 있다. 이처럼 기민하게 대응한 건 북한의 해킹기술 수준을 고려했을 때 딥페이크 등을 활용한 가짜뉴스 공작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