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28일 오전 8시 30분 출근길임에도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 버스정류장은 텅 비어있었다.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정류장을 찾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도착 시간 등을 알리는 버스정보안내단말기의 상황도 평소와는 달랐다. 버스는 모두 '출발대기', '차고지' 등의 상태로 도착 시간을 알 수가 없었다. 가끔 버스정류장을 찾은 시민들도 상황을 확인하고는 급하게 지하철역으로 뛰어가기도 했다.
이날 오전 4시부터 서울 시내버스 노조 파업에 따른 버스 운행 중단되면서 시민들은 출근길 큰 혼란을 겪어야 했다. 경기와 인천에서 서울로 오는 광역버스와 마을버스, 지자체의 셔틀버스 정도만 버스전용차로 위를 다녔고 시내버스인 초록, 파란버스는 찾아볼 수 없었다. 발이 묶인 직장인들이 지하철로 몰리기도 했다.
28일 오전 9시 35분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의 버스정류장 안내판에 모든 버스가 '차고지'에 있다는 알림이 띄워져 있다. /사진=노유정 기자
"파업 몰랐다...이미 30분 지각"
이날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손모씨(42)도 이날 평소보다 10분 일찍 출근길에 나섰다. 그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며 "너무 불편하다.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지만 빨리 끝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자차로 출근하지만 일부러 지하철을 탄 시민도 있었다. 60대 이모씨는 "택시 타는 사람도 많아 길이 밀릴 것 같아 지하철을 탔다"며 "각자의 이익만을 위해 파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버스비를 올리면 또 전체적으로 물가가 올라가고 국민이 힘들다"고 비판했다.
현재 서울 25개 자치구는 지하철 출퇴근 등을 빠르게 연계하기 위해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 중이다. 마을버스가 다니지 않는 지역을 중심으로 민·관 차량 400여대를 투입했다. 다만 서울 시내버스가 10대 중 1대도 채 운행하지 않고 있어 효과는 미지수다.
평소 버스 이용이 많은 학생들의 피해도 컸다.
대학생 박모씨(23)는 버스 파업인 줄 모르고 한동안 버스정류장에 서 있다가 더욱 늦었다. 택시마저 잡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그는 "늦잠을 잤고 버스 파업인 줄도 몰랐다"며 "이미 수업에 30분 늦었다"고 말했다.
대학생인 이모씨(22)도 "택시를 잡으려는데 계속 잡히지 않고 있다"고 했다.
버스 파업 첫날인 28일 오전 9시30분께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의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잠시 멈춰 혹시라도 버스가 오지 않을지 기다리고 있다. /사진=노유정 기자
발 디딜 틈 없는 지하철
버스 파업은 정상 운영 중인 지하철에도 영향을 줬다.
이날 오전 8시 20분께 왕십리역에서 만난 박모씨(40)는 "새벽에 긴급 문자에 버스 파업을 알기는 했다. 구청에서 셔틀버스 지원한다는 내용도 있었지만 배차간격이 30분이라 지하철을 선택했다"며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는지 역에 사람이 너무 많다. 이미 한번 열차를 보냈는데 다음 열차를 탈 수 있을지 걱정이다. 타지 못하면 지각할 거 같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서울 지하철역은 몰려든 사람들 큰 혼잡을 겪었다. 열차 내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승객이 탑승해 한두차례 열차를 보낸 뒤에야 겨우 탑승할 수 있었다.
특히 집이나 회사 또는 학교가 지하철역과 먼 경우 시민들이 느끼는 불편함이 컸다.
신모씨(81)는 "택시를 기다리다 모두 다 손님이 탄 차만 지나가고 도저히 안 잡혀 지하철을 탔다"며 "지하철역에서 집이 가깝지도 않아 불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업에는 무조건 반대한다"며 "파업해도 어느 정도 비율을 나눠서 하면 되는데 버스가 거의 다 멈추는 식으로 파업하는 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김모씨(45)도 "버스를 타면 집에서 한번에 합정역까지 오고 보통 40분 정도 걸리는데 오늘 지하철을 갈아타면서 1시간이 걸렸다"며 "집에서 지하철역이 멀어서 4정거장이나 걸어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버스 파업으로 서울 지하철은 하루 운행횟수를 총 202회 늘리고 출퇴근 주요 혼잡시간을 현행보다 1시간씩 연장해 열차 투입을 확대했다. 막차도 일일 새벽 2시까지 연장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강명연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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