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형사처벌 규정 신설 후 첫 기소
글로벌 운용사들과 변종계약으로 반복 실행
"IB가 공매도 도구…감시시스템 필요"
서울남부지방검찰청. 2022.4.1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160억원대 불법 무차입 공매도 혐의를 받는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소속 트레이더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불법공매도수사팀(팀장 금융조사1부 권찬혁 부장검사)은 홍콩 소재 HSBC 법인과 A씨(45) 등 트레이더 3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글로벌 자산운용사 등 투자자들로부터 매도스왑(주가하락 차액 지급) 주문을 받은 후 차입한 주식이 없음에도 국내지점 증권부를 통해 9개 상장사 주식 31만8781주(157억8468만원)를 공매도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 2021년 4월 불법 공매도 형사처벌 규정이 신설된 후 무차입 공매도 범행 실체를 규명해 기소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IB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들과의 변종 계약을 통해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반복적으로 실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IB는 주식 등 기초자산을 자산운용사 등 투자자들 대신 매입해주는 역할을 한다. IB는 기초자산에서 발생한 모든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지급하는 대신 고액의 수수료를 지급받는다. 이를 통해 투자자는 기초자산을 실제 보유하지 않고도 자산가격 차이에 따른 수익을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경우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활용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매도스왑 계약을 체결하면 IB는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공매도를 실행하는데, 매도 물량만큼 수수료 수익이 커지는 만큼 보유한 물량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물량을 포함해 쪼개기 주문을 내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은 IB를 통해 공매도하는 효과를 누리면서 거래 명의자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게 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투자자들이 법적 책임을 피하지 않으면서도 IB들이 무차입 공매도를 실행하도록 부추긴다고도 검찰은 보고 있다. 일반적인 매도스왑 계약에서 IB는 위험 회피를 위해 독자적 판단으로 공매도를 실행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수수료 수익을 위해 최대한 많은 수량을 공매도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또 IB는 공매도를 위한 주식 차입에 드는 비용을 아끼고 차입한 주식 일부를 판매하지 못하는 재고위험을 피하기 위해 무차입 공매도를 실행한 것으로 봤다.
조사 결과 홍콩 HSBC는 무차입 공매도를 실행한 국내 지점의 서버 보관 자료를 주기적으로 삭제하고 주요 자료를 해외 서버에 보관하는 등 금융당국의 접근을 차단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확인한 불법 공매도에 대한 증권사의 감시 공백, IB의 악의적 관리·감독 회피에 대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법인 차원의 조직적 범행이 이뤄진 만큼 해외 사법당국과 공조해 실제 배후에 해당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등 관계사와 고위 임원 등에 대한 형사 처벌도 추진한다.
검찰은 101개 종목에 대해 400억원 규모의 무차입 공매도를 한 혐의로 글로벌IB BNP파리바에 대한 조사도 이어가고 있다. 앞서 홍콩 HSBC와 BNP파리바는 금융위로부터 관련 혐의로 과징금 265억2000만원을 부과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IB가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공매도 주문에 이름만 빌려주는 도관 역할을 하고 있다"며 "공매도 주문을 접수한 증권사 역시 무차입 공매도의 도구가 되고 있어 시장 신뢰와 공정성을 훼손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감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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