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위반 잡아내던 전문가패널
임무연장안에 러시아 홀로 거부권
북러 군사협력 제재에 부담 느낀 듯
이에 외교부 '북러 군사협력' 언급하며
"안보리 대북제재 신뢰 훼손" 작심비판
한미일 등, 대체기구 구성 나설지 주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22일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북한에 대한 제재 결의 이행을 감시하는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내달 말 종료된다. 윤석열 정부는 러시아에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안보리는 28일(현지시간) 대북제재위 산하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부결됐다.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13개국이 찬성했지만 러시아가 반대해서다. 중국은 기권표를 던졌다. 안보리 결의안이 통과되려면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고, 상임이사국인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등 5개국 중 한 곳도 반대해선 안 된다. 이로써 전문가 패널은 내달 말이면 15년 만에 사라지게 된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 “전문가 패널 임무 연장 결의가 (비상임이사국인)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다수 이사국의 압도적 찬성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유엔의 대북제재 이행 모니터링 기능이 더욱 강화돼야 할 시점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안보리 이사국의 총의에 역행하며 스스로 옹호해온 유엔의 제재 레짐과 안보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크게 훼손시키는 무책임한 행동을 택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고 짚었다.
러시아는 대북제재에 일몰 조항을 넣자는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는 대북제재 자체를 무효화시킬 수도 있는 무리한 요구다. 결국 북러가 군사협력을 맺고 무기거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제재의 존재를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 패널은 대북제재 위반 혐의 사례를 조사하는 임무를 맡아 매년 두 차례 심층보고서를 내왔다. 당장 이달 발간된 보고서에도 러시아가 대북제재를 거스르고 북한과 무기거래를 한 정황이 사진을 포함해 구체적으로 기록됐다.
임 대변인은 “전문가 패널은 그동안 다수의 안보리 결의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면서 핵·미사일 도발, 불법적 무기 수출과 노동자 송출, 해킹을 통한 자금 탈취,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등 제재 위반을 계속해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해오고 있는 북한을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며 “정부는 이번 안보리 표결에서 나타난 대다수 이사국의 의지를 바탕으로 북한이 안보리 결의 위반행위를 중단하고 비핵화의 길로 복귀토록 기존 안보리 대북제재 레짐을 굳건히 유지하는 가운데 엄격한 이행을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패널의 빈자리를 국제사회 연대로 채우겠다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유엔 회원국에 대북제재 위반 사항을 신뢰성 있게 알릴 수단은 전문가 패널 외에는 마땅치 않다. 향후 미국과 일본 등 북핵 위협을 받는 당사국들이 우리나라와 함께 전문가 패널의 역할을 대체할 기구 구성에 나설지 주목된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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