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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이끄는 임현택 강경 행보에 꼬이는 의정 갈등

의협 이끄는 임현택 강경 행보에 꼬이는 의정 갈등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이 지난 29일 오전 서울 의협회관에서 연 당선인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두고 의정 갈등이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인 임현택 당선자가 연일 강성발언을 쏟아내면서 의정갈등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3월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공백이 장기화하면서 국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공의와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에 이어 '의료계 총파업'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하고 있으나 임 당선인은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첫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논평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임 당선인은 정부와의 대화 전제조건으로 '대통령 사과와 복지부 장·차관 파면'을 요구하는 등 강경파로 분류된다. 그의 이같은 발언에 정부는 "의료 개혁을 특정 직역과 흥정하듯 뒤집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응수해 양측간 대화의 물꼬를 트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임 당선인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전공의 집단행동 교사·방조 혐의 등으로 고발당해 경찰 수사도 받고 있다.

임 당선인은 내달 10일 총선을 앞두고 정치 투쟁도 예고했다. 진료하는 환자들을 통해 낙선 운동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의협이 이번 총선에서 20~30석 당락을 결정할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기자회견에서는 “진료현장에서 만나는 국민에게 적극 설명하는 방식으로 낙선운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국제노동기구(ILO)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의견조회’ 요청을 수락한 데 관해서는 “앞서 고용노동부가 해당 사안이 종결됐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정부의) 명백한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게 밝혀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ILO의 의견조회를 근거로 위헌소송을 진행할 생각”이라며 법적 공방도 예고했다.

그는 "‘2000명 증원을 양보 못한다’는 정부·여당의 입장은 국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러시안룰렛을 하는 것”이라며 “이미 (문제 해결의) 공은 상대방 코트(정부 측)에 넘어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임 당선인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사태(의대 증원 논란)에 대해 정확한 보고와 민심을 듣지 못하는 것 같다"며 "일부 폴리페서(정치성향의 교수)와 승진에 목매는 관료, 의사 문제를 이용해 총선에 득을 보려는 정치인 등이 눈과 귀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폴리페서의 대표격으로 지목한 인물은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 16번을 받은 안상훈 전 대통령실 사회수석과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 12번을 받은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다.

문제는 의료공백 장기화로 의료대란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조건없는 대화를 요구하고 최근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수당 지급 등 당근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은 묵묵부답이다. 의대 증원 2000명 정책의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전향적 변화가 없다면 현장 복귀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의대교수들 역시 의대 증원 규모를 놓고 협상할 의사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의대 증원 2000명에 타협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향후 부족한 의료 수요를 고려하면 의대 증원 2000명에서 물러설 수 없고, 이미 2025학년도 의대 증원분이 각 대학별로 분배된 상황에서 정책을 다시 수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위해 조금씩 양보할 의사가 없기 때문에 정부와 의료계 간 강대강 대치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최근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다수의 국민이 원하는 의료개혁을 특정 직역과 흥정하듯 뒤집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의대 증원 2000명을 두고 타협은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또 의료계가 정부와 협상에 나설 수 있는 단일 협의체를 구성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 정부와 의대교수가 타협하더라도 전공의들이 수긍하지 않으면 의료공백 상황을 풀지 못한다는 것이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