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당국이 세금을 매기는 과정에서 잘못이 있더라도 사실을 오인할만한 이유가 있었다면 과세를 무효로 돌릴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월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지난 12일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제주도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소송 대상은 한화가 제주에 가진 땅 7필지에 부과된 세금이다. 이 땅은 목장 용지로 분류됐으나 실제로 목장으로 쓰이지는 않았다.
지방세법에 따라 목장 용지는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분리과세 대상이다. 그러나 실제 목장으로 이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세당국은 일반 토지에 적용되는 합산과세 대상 기준에 따라 세금을 부과해 왔다.
문제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2013년부터 말을 사육하기 시작했는데 당국은 2014∼2018년까지도 이 땅을 합산과세 대상으로 보고 높은 세율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한화 측은 부당하게 걷은 세금 3억8000만원을 돌려달라며 2019년 9월 제주도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1심 법원은 과세처분이 유효하다고 봤다.
하지만 항소심 법원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과세 당국이) 법령상 의무화된 간단한 조사조차 하지 않고 이전 연도 과세자료만을 기초로 합산과세 대상으로 분류해 고율의 재산세율을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 각 토지는 합산과세 대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오인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고 그것이 분리과세 대상 토지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해야 비로소 밝혀질 수 있는 경우"라며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어 "설령 조사에 일부 미진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하자는 취소 사유에 해당할 뿐"이라며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조사 방법 등을 완전히 무시하고 아무런 근거도 없이 막연한 방법으로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 부과한 것과 같은 조사 결정 절차의 중대·명백한 하자로 볼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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