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약관 변경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예방
하루 이체한도 30만원으로 줄어
앞으로 한 번이라도 사기이용계좌로 등록되면 지급정지가 해제되더라도 하루 이체한도가 30만원으로 줄어든다. 금융사기에 연루된 사기이용계좌의 재사용을 막기 위해 보이스피싱 대응 범정부 태스크포스(TF)가 내놓은 합동 대책 결과에 따라 제재를 강화한 것이다.
3월 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약관'을 지난 29일을 기준으로 일제히 개정했다. 공통 약관인 제5조 거래제한 '사기이용계좌로 사용될 경우 통장명의인에 대한 계좌개설 및 현금카드 발급 등을 제한할 수 있다'는 문구에 '해당 통장의 인출 이체한도 축소한다'는 내용을 더했다.
이로써 기존 사기이용계좌가 사기 관련 피해금 환급 절차가 종료되는 약 3일에서 30일 이후 정상계좌로 해제됐지만 이제는 재사용이 어렵게 됐다. 약관 개정에 따라 사기이용계좌의 지급정지가 풀려도 정상계좌가 아닌 한도제한계좌로 운영되면서 출금과 송금 모두 한도를 두게 된 것이다.
한도제한계좌는 월급이나 투자·임대 소득 등 계좌 개설 목적을 특정하기 어려울 때 인터넷뱅킹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이용 한도를 1일 30만원으로 제한하는 계좌다. 은행 지점 창구를 이용할 경우 이체 및 출금 한도는 100만원이다.
이번 약관 조정은 지난해 8월 국무조정실이 보이스피싱 범죄 대상 금융거래 제재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하면서 이뤄졌다. 지난 2월에는 국무조정실, 금융감독원 등이 참여한 보이스피싱 대응 범정부 TF가 올해 1·4분기까지 관련 약관 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은행들은 올해 1·4분기 마지막 영업일에 약관을 개정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동안 계좌 개설 목적 확인이라는 제도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된 측면이 있는데 이 또한 엄정하게 보게 될 것"이라며 "이번 조치 금융사기 피해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치로 인터넷은행 이용자의 불편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도계좌를 정상계좌로 전환하려면 지점 창구를 찾아가 사기이용계좌 지정 과정에서 본인이 피해를 봤다는 사실 등을 증명해야 한다. 인터넷은행은 통상 시중은행보다 관련 절차 처리가 번거로워 형평성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