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지출 증가율 4.2% 전망
감세에다 의무지출 항목 늘어
'3% 이내 관리' 2년째 못맞출듯
정부의 '재정준칙' 도입 시도가 4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정작 올해 발표한 예산 편성지침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재정적자를 3% 이내로 엄격히 관리하겠다는 것이 골자이지만 실제 정부의 지출전망은 이를 2년 연속 웃돌고 있다. 그간 정부가 내놓은 감세카드와 의무지출 항목이 늘어나며 기껏 '지출 구조조정'을 거친 효과가 상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2025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에 따라 내년도 예산 편성에 착수했다. 3년 연속 '건전재정' 기조를 내세운 정부는 내년 예산에도 '재량지출 10% 감축'에 더해 일부 경직성 지출 감액까지 고려하는 지출 다이어트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부처는 5월 말까지 지침에 맞춰 예산 목적과 액수를 확정, 기재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측 예산안을 기재부에서 총괄하는 만큼 '건전재정'에 맞지 않는 예산은 각 부처 선에서 우선적으로 걸러지게 되는 셈이다.
지침에 따르면 정부 중기재정계획상 지출증가율은 4.2%로 내년 총예산 규모는 약 680조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018~2022년간 총지출 증가율이 연 7~9%였던 것을 감안하면 긴축 기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내년에는 그간 크게 손보지 않았던 의무지출까지 구조조정 대상으로 고려할 방침이다. 그간 정부는 법정지출과 재량지출 가운데서도 인건비 등 경직성 지출에 대해서는 큰 감축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쉽게 조정이 가능한 130조원 안팎의 예산에서 긴축 가능성을 고려했다는 의미다.
반면 내년 예산은 지방재정의 교부금뿐 아니라 그간 보완 목적으로만 활용하던 기금의 여유재원까지도 적극적인 활용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그럼에도 재정준칙이 요구하는 '3% 이내 적자폭'은 도달하기 어려운 기준이다. 이미 지난 2년간 50조원에 달하는 지출을 줄였지만 스스로 제시한 재정준칙 기준을 맞추는 데는 실패했다. 국회 역시 현시점에 부합하지 않는 기준을 당장 법제화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지닐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의 방향 역시 재정준칙과 다소 엇나가는 부분을 갖고 있다. 편성지침은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된 재원을 '혁신·도전형 R&D' 투자 등에 쓰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지출 확대와 더 가까운 부분이 많아서다. 다만 기재부는 여전히 재정준칙 법제화를 '입법과제'로 남겨두고 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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