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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진 칼럼] 좌파의 도덕군자 코스프레

좌파 도덕성 기대 컸지만
민낯 드러낸 민변 후보들
유권자, 정신 바짝 차려야

[손성진 칼럼] 좌파의 도덕군자 코스프레
손성진 논설실장
좌파들이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 이유는 그들이 그 도덕을 앞세워 먹고살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불의에 맞서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일한다는 도덕적 프로파간다에 국민 일부는 멋모르고 열광하고 추종했다. 권력과 탐욕에 집착하는 타락한 부패집단과는 다를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과 기대가 있었다.

허상이 깨지기까지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바른 사고를 가진 진보 학자로 좌파들이 따르던 조국의 본색이 낱낱이 드러난 것이 신호탄이었다. 법학자이면서 사법체계 자체를 부정하는 그는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도 정치라는 아수라장 속으로 스스로 들어갔다. 말할 것도 없는 방탄정치다.

인권을 앞세우는 변호사단체인 민변의 민낯은 단체의 간판을 당장 떼야 할 정도다. 아파트 4채와 오피스텔 6채, 상가 1채 등의 문어발식 투기로 공천에서 탈락한 이영선 변호사의 명함에도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위원, 대전 전세사기대책TF단장이라는 직함이 버젓이 적혀 있다.

공천이 확정되고서야 누락시킨 사건 500여건을 어쩔 수 없이 등록한 이용우 변호사도 민변 출신이다. 민변 사무총장 경력을 내세우며 인권변호사를 자처했던 조수진 변호사가 10세 아동 성착취물을 제작한 남성의 사건을 맡아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냈다고 자랑했다는 것은 공천 탈락에 앞선 석고대죄감이다.

내외동색이라면 '윤석열 찍어내기 감찰'의 박은정 변호사는 정도가 더 심하다. 문재인 정부 때 '친문 반윤' 검사로 분류된 검사장 출신이며, 박 변호사의 남편인 이종근 변호사의 22억 수임 건은 사건 내용을 알면 좌파들마저 극도의 배신감을 느낄 성싶다. 그 22억원이 1조원대 다단계 사기 혐의를 받는 '휴스템코리아'에서 나온, 피해자 수만명의 피눈물이 섞인 돈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약자를 위해 사재를 털어 돕는 척, 도덕군자 코스프레를 하는 좌파에 대한 오해에서 깨어날 책임을 국민 스스로 져야 한다. 죄과를 부정하며 현란한 언변으로 현혹하는 조국 열풍이 불의와 싸우는 정의가 아님을 깨닫지 못하는 한 한국 정치의 미래는 없다.

설혹 운동권들이 한때 독재와 맞서 투옥된 정의파였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그들이 증오했던 천민자본주의에 더 깊숙이 빠져들어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운동권 자신도 그렇고, 국민도 그렇다. 약자의 대변인 같은 얼굴을 하고서는 속으로는 도리어 그들의 피를 빠는 이중성을 똑똑히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실상은 권력과 부귀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 이념이 이용되고 있을 뿐이다. 좌우분열 획책에 국민만 속아 난장판 정치의 회오리에 휩쓸리고 있다. 한국 좌파의 근원이 독재의 저항이므로 독재가 사라지는 순간 그들에게는 딛고 선 땅이 꺼지는 것과 같다. 80년대식 군부독재 타도처럼 검찰독재 타도를 소리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에는 좌파와 우파도, 독재와 반독재도 없다. 정치세력들이 허락도 없이 걸쳐 입은 허울에 불과하다. 움직일 수 없이 확고한 신념이라면 그렇게 헌신짝처럼 이념을 내팽개칠 수 없다. 독재라고 한다면 다수당의 수적 우위로 입법과 행정, 사법까지 뒤흔든 21대 국회의 입법독재가 의회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정치와 정치인의 목적은 오로지 권력 쟁취, 불변의 등식이다.

환상과 예단에서 탈피해 진정 깨끗하고 유능한 정치인을 뽑는 것은 이제 유권자의 몫이다. 행여 막장 드라마보다 더한 작금의 선거판보다 다음 국회 본회의장 모습이 나아질 것을 원한다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추악한 후보자들만큼은 배제해야 한다.


벌써 낙망이 느껴지는 건 온갖 술수가 난무하는 현실을 볼 때 새 국회에서도 갑자기 정치의 신세계가 찾아올 것 같지 않아서다. 특권을 내려놓고, 수당을 삭감하고, 국민 앞에 허리를 굽히고 열심히 일하겠다는 약속들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단지 좌파의 썩은 실상 때문이 아니다. 그래도 일말의 희망마저 버리는 것은 너무 비관적일까.

tonio66@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