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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증원 원칙 강조하며 재논의도 거론한 尹대통령

2000명 증원 규모는 꼼꼼히 산출
의·정 한발씩 물러나 대화 나서야

[fn사설] 증원 원칙 강조하며 재논의도 거론한 尹대통령
1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설치된 TV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의대 정원 증원 관련 대국민담화가 생중계되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선 의사들에게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공백 사태가 두달 가까이 계속되고 갈수록 악화되자 윤 대통령은 1일 '의대 증원·의료 개혁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국민 불편을 조속히 해소하지 못해 송구하다"며 사과도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정부 정책은 늘 열려 있다"면서 의료계가 합리적 의견을 내줄 것을 요구했다. 증원 숫자를 350, 500, 1000명 등 근거 없이 내놓고 심지어 500~1000명을 줄여야 한다는 중구난방식 주장을 할 게 아니라 통일된 의견을 내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인 근거가 제시된다면 정부 정책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담화가 극한대립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물꼬가 되길 바란다. 합리적 제안이라면 2000명 증원을 재논의할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다만 원칙은 변한 게 없다. 국민·의료계·정부가 참여하는 새로운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제안에 주목한다. 지역 의대에 이미 배정된 2000명 정원 조정 가능성도 열어두며 의정갈등의 출구를 열었다는 점에서다.

윤 대통령은 이날 51분간 발표한 장문의 담화에서 '증원 2000명'은 과학적·합리적 근거에 의해 도출된 숫자라는 점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2000명은 엉터리, 주먹구구 숫자'라는 의사집단의 주장을 선진국 인구 대비 의사 수, 장기 군의관 부족, 수억원 연봉에도 의사를 못 구한 지방의료 현실, 2026년 초고령화 이후 급증할 의사 수요, 2023년 1월 이후 정부·의료계 19차례 증원 논의 등 여러 데이터를 들면서 "꼼꼼하게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고 반박한 것이다.

그러면서 "역대 정부들이 아홉번 싸워 아홉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갈수록 더욱 공고해졌다"며 27년간 증원을 포기하고 개혁을 방치한 과거 정부가 지금의 절박한 상황, 민주주의 위기를 가져왔다고까지 했다. 소아외과 전문의 1명도, 소아 전문응급의료센터 1곳도 없는 충북 지역에서 상급병원 이송이 거부돼 33개월 아이가 사망하는 작금의 비극이 잉태됐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에 막대한 투자를 하겠다"며 필수·지역 의료 강화, 공정한 보상수가 체계 마련 등 4대 의료개혁 이행을 재차 약속했다. 의사들의 의료사고 법적 리스크를 덜어주는 특례법까지 만들겠다고도 했다. 지금껏 특정 직역에 한해 특혜와 가까운 이 같은 파격적 재정·정책 지원이 있었던가 할 정도다.

그런데도 일부 의사들은 "총선 개입, 정권 퇴진" "장차관 파면" 등을 외치며 오만한 발언을 서슴지 않고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지 않은 채 정부와 보건복지부 공직자들을 싸잡아 비판만 하고 있다. 정부가 이토록 하찮게 보이면 국민은 어떻게 보고 있단 말인가. 전공의 1만1000여명은 집단사직, 종합병원 의대 교수들은 사직과 단축진료로 "정부가 2000명 증원 계획부터 포기하라"며 백기투항을 요구하는 게 정상은 아니다. 의사집단은 의료시장 배타적 기득권을 내세워 국민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계는 정부가 내민 손을 잡아야 한다.
그래서 의료개혁에 힘을 보태고, 양보와 협상 속에서 합의에 이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반정부 투쟁시위와 극한대립을 지속한다면 승자 없이 모두가 피해를 볼 뿐이다. 의사들은 집단사직을 철회하고 책임과 소임을 다할 수 있는 현장으로 돌아갈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