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사와 소비자 불이익·불편보다 국민 보건이 우선
헌법재판소.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안경사가 전자상거래 등을 통해 콘택트렌즈를 판매할 수 없도록 한 현행법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안경사와 소비자 불이익·불편보다 국민 보건이 우선시된다는 취지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안경사의 콘택트렌즈 판매 관련 사항을 규정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지난달 28일 합헌 결정했다.
위헌법률심판은 법원에서 재판 중인 소송 당사자가 사건에 적용될 법률에 대한 위헌 문제를 제기할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헌재에 판단을 요청하는 것을 말한다. 위헌제청 결정이 나면 헌재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재판은 중단된다.
안경사인 A씨는 온라인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개설한 뒤 2018년 1월부터 같은 해 6월까지 모두 3938차례에 걸쳐 3억58000만원 상당의 콘택트렌즈를 판매했다가 기소됐다. 그는 법원에서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선고받자, 정식 재판을 청구하면서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도 요구했다.
심판 대상인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은 누구든지 안경 및 콘택트렌즈를 전자상거래 및 통신판매로 판매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적시한다.
A씨는 △콘택트렌즈 상품 대부분이 이미 규격화된 기성품으로 생산·판매되고 있는 점 △고객으로선 한번 시력에 맞는 렌즈 규격을 알게 되면 구매할 때마다 안경사로부터 처방을 받을 필요는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전자상거래를 일괄 금지하는 것은 필요 이상으로 판매자 직업과 고객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안경사가 직접 대면해 콘택트렌즈를 판매·전달할 경우 부패되거나 오염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작아지며, 변질·오염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 소재가 명확해진다”며 “전자상거래를 통한 판매 금지는 국민 보건을 향상·증진시키기 위한 입법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 “사람의 시력과 눈 건강 상태는 시간이 경과되면서 변화할 수 있고, 콘택트렌즈 착용자는 주기적으로 점검을 받아야 한다”며 “전자상거래 등으로 판매된다면 이를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착용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만일 허용될 경우 안경사가 개설할 수 있는 안경업소 수를 1개로 제한한 법률의 취지에 어긋나고, 안경사가 아닌 자의 콘택트렌즈 판매 행위 규제도 사실상 어려워진다”면서 “안경사의 영업상 불이익과 소비자 불편함보다 국민 보건 향상이라는 공익은 매우 크다”고 부연했다.
다만 소수의견을 낸 이영진 재판관은 “전면적인 금지는 농어촌, 도서·산간오지 등 소비자의 접근성에 큰 제약을 초래하게 된다”며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헌법에 위배된다”고 달리 봤다.
헌재는 “콘택트렌즈 전자상거래 판매 금지 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해 처음 판단한 사건”이라며 “안경사 직업 수행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으나, 국민 보건의 향상·증진이라는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해 필요한 정도를 넘어선 과도한 제한이라 보기는 어렵고, 그로 인한 소비자의 불편이 과도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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