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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당금 쌓기 ‘고난의 행군’ 저축은행…부동산 PF에 건전성 ‘휘청’

충당금 쌓기 ‘고난의 행군’ 저축은행…부동산 PF에 건전성 ‘휘청’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저축은행업계가 지난해 9년 만에 순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상위 5개 저축은행의 순이익도 크게 감소했다.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적극적으로 충당금을 쌓았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등의 여파로 오히려 건전성이 악화됐다.

금융당국은 유동성과 건전성 지표가 아직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평가하면서도, 올해 1분기 저축은행 연체율이 집계되면 현장검사를 통해 위기 가능성을 점검할 계획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저축은행 등 자산 규모 상위 5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1311억 원으로 전년 동기 6980억 원 대비 81.2% 급감했다.

저축은행별로 보면 SBI저축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891억원으로 전년 대비 72.9% 줄었다. OK저축은행은 711억원으로 48.7%, 웰컴저축은행은 302억원으로 67.7%, 한국투자저축은행은 40억원으로 95.0% 감소했다. 애큐온저축은행은 633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저축은행들의 이익감소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이자비용 급증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부실 등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확충 등 때문이다.

이들 상위 5개 저축은행의 이자비용은 2조350억 원으로 2022년 1조1115억 원 대비 83.1%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이들은 충당금으로 총 1조7140억 원을 적립해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저축은행의 영업수익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업무이익도 후퇴했다. 업무이익은 1조882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4% 줄었다.

은행의 총여신 중 회수에 문제가 생긴 여신 보유 수준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악화됐다. SBI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5.92%로 2022년 대비 2.65% 대비 3.33%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저축은행 5.91%·3.36%포인트, 웰컴저축은행 7.77%·1.52%포인트, 애큐온저축은행 6.74%·2.79%포인트 올랐다. 상위 5개 저축은행 중에는 OK저축은행만이 유일하게 고정이하여신비율이 개선됐다.

상위 5개 저축은행의 연체대출비율도 악화됐다. 지난해 SBI저축은행의 연체채권비율은 4.91%로 2022년 2.03% 대비 2.88%포인트 상승했다. OK저축은행은 6.86%로 1.93%포인트, 한국투자저축은행 5.14%로 2.37%포인트, 웰컴저축은행은 5.75%로 2.23%포인트, 애큐온저축은행 5.09%로 2.23%포인트 올랐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유동성과 건전성 지표가 아직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저축은행들이 마지막 대규모 이익 감소가 있었던 2014년 총자산 38조9000억 원, 연체율은 20.2%, 고정이하여신비율 21.7%,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1.16%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는 저축은행의 총자산 126조6000억 원, 연체율 6.55%, 고정이하여신비율 7.72%, BIS기준 자기자본비율 14.35%로 모든 면에서 크게 개선됐다.


금감원은 공·경매를 통해 부실 자산은 빠르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올해 1분기 저축은행 연체율이 집계되면 현장검사를 통해 위기 가능성을 점검할 계획이다.

박상원 금감원 중소서민 부문 부원장보는 “지난해 저축은행은 5000억 원 규모의 적자가 났지만 저축은행 사태 이후 꾸준히 흑자를 기록한 만큼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이 있다”며 “올해 상반기까지는 불가피하게 충당금 부담이 계속 있겠지만, 올해 1분기 영업실적부터는 지난해보다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