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 해제를 단행한 가운데 기업 대출 금리도 인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일본 재무부의 법인기업통계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전 산업 평균 차입 금리는 1.2%로 2분기 연속 0.1%p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도쿄상공리서치가 2월 약 5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차입 금리가 2023년 1월과 비교해 '상승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16%였다. 금융기관으로부터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해 통보받았다고 답한 기업도 26%에 달했다.
대출 금리가 0.25% 미만인 잔액은 2023년 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8% 줄었다. 0.25% 미만의 초저금리 대출은 2016년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증가세를 이어오다가 최근 반전됐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의 자금 사정 지원으로 도입한 실질 무이자·무담보대출인 이른바 '제로제로 대출'의 영향도 크다.
제로제로 대출은 일정 기간 기업의 금리 부담을 없애기 위해 평균 차입 금리를 크게 낮췄다.
2019년도의 평균 차입 금리는 1.36%였지만, 제로제로 대출의 이용이 급격히 늘어난 2020년도에는 1.1%로 단번에 떨어졌다.
제로제로 대출은 민간 금융기관에서 2021년 3월, 정부계 금융기관에서 2022년 9월 말에 접수가 중단됐다.
2007년도(2.33%)를 피크로 계속 내려갔던 평균 차입 금리는 2022년에 전년 대비 0.01%p 상승하면서 방향성이 바뀌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제로제로 대출 상환으로 무이자 차입금이 줄면서 평균 차입 금리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며 "올해 기업의 이자 지불 비용은 지난해보다 최대 36%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저금리를 경쟁해 온 금융기관들의 자세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오랜 저금리 환경에서 금리 인상 협상 경험이 없는 직원들을 서둘러 교육하는 등 은행들은 대출 금리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
후쿠시마현에 본사를 둔 도호은행은 지난달 외부 강사를 초청해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금리의 중요성과 금리 인상 교섭 방법 등을 교육했다.
구마모토시의 히고은행도 지난 2월 금리에 대한 이해를 돕는 스터디를 실시했고, 3월에는 금리 인상 협상 과정을 정리한 사례집을 공유했다.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으로 인해 그동안 저금리 대출로 연명해 온 '좀비 기업'들이 퇴출당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노자키 히로시게 도요대 교수는 "조달 금리가 오르고 인력 부족으로 인건비도 급등하고 있다"면서 "사업성이 낮은 기업은 걸러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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