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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금감원이 은행권에 연말까지 은행 자체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율 30% 이상이 되도록 하라는 행정지도를 실시하면서 일부 은행이 특히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순수 고정금리형 대출은 애초 잘 없던 데다가 이들 은행은 주기형 대출도 없어 상품 출시에서부터 앞에 놓인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주기형 대출 취급 확대를 시작으로 은행권 자체 장기 모기지론 활성화까지 단계적으로 가계부채 질적 구조를 개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은행권 자체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목표 비율 신설 등을 골자로 하는 '신(新) 행정지도'를 전날부터 1년간 실시한다. 차주의 금리 변동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은행 자체 순수 고정금리 대출 비중 확대가 필요한데, 정책모기지를 제외하면 은행 자체 고정금리 비중이 여전히 낮다는 인식에서다. 정책 모기지를 제외한 자체 주담대 중 약정 만기 5년 이상의 순수 고정 또는 주기형 주담대 비율이 30%를 넘겨야 한다.
목표 비율 설정에는 지난해 연말 기준 은행권의 주기형 대출 비중 평균이 18%였고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실시로 기존 혼합형 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차주가 주기형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스트레스 DSR 단계별 적용 방침에 따라 주기형 대출은 변동형·혼합형 대출 취급 시보다 비교적 많은 한도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주기형 대출은 혼합형 대출에 비해 차주의 금리 변동 리스크를 완화해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령 혼합형 대출은 첫 5년만 고정금리를 적용, 이후 변동금리를 적용받는 구조라면 주기형 대출은 일정 주기로 금리가 변동하고 그 기간 동안은 금리가 고정되는 구조다. 금감원 관계자는 "낮은 비율은 아니다"며 "(고정금리 대출을 확대하려는) 금융당국 의지도 조금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편차다. 은행에 따라 주기형 대출 취급이 활발한 곳이 있는가 하면 아직 상품 출시조차 하지 않은 은행도 있다. 출발선이 0%에 수렴한다는 의미다. 신상품 준비에도 상당한 기간이 걸리는 만큼 이후 바쁘게 취급을 확대해야 목표 비율을 간신히 맞출 수 있겠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가 오를 만큼 올랐는데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주기형 대출 상품 수요는 없어서 만들지 않았다"며 "고정금리는 변동금리보다 높을 수밖에 없고, 이런 부분들을 고려했을 때 목표를 채우긴 어려워 보인다"고 털어놨다.
반면 이미 목표 비율을 크게 상회하는 은행도 있다. 주기형 대출을 이전부터 활발히 취급한 덕이다.
은행권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 금리가 내려도 당장 (대출) 금리에 반영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고정형 수요가 많다"며 "혼합형보다도 주기형 수요가 높아 90% 이상이 주기형 대출"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행정지도는 인센티브형이라 충족하지 못해도 불이익은 없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달성을 하면 주신보 출연료를 조금 깎아준다거나 하는 인센티브형 행정지도라 눈에 보이는 페널티는 없다"며 "주기형부터 차츰 (고정금리 대출을) 늘려가려는 것이고 장기적인 목표는 올해 취급되는 것 보면서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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