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과하다"며 구 회장 측 소송 제기
LG CNS 가치 산정 방식 두고 공방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가 상속세 부과 처분에 불복해 세무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LG CNS 가치가 과도하게 평가됐다는 구 회장 측의 항변에도 법원은 세무당국의 산정 방식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4일 구 회장 등이 용산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구 회장의 모친인 김영식 여사와 두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도 원고로 참여했다.
구 회장 등은 지난 2018년 사망한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으로부터 ㈜LG 지분 11.28%를 비롯해 2조원 상당의 유산을 상속받았다. 이들은 LG CNS 지분 1.12%를 1주당 1만5556원으로 평가해 상속세 9420억여원을 신고·납부했다.
그러나 세무당국은 재산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LG CNS 주식의 시가를 1주당 2만9200원으로 평가해야 하므로 LG 측이 계산한 주식 가액은 과소 평가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가산세를 포함해 상속세 126억여원을 경정·고지했다.
구 회장 측은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지만, 가산세 부분만 인용됐다. 이에 구 회장 측은 108억원 규모의 상속세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쟁점은 비상장사인 LG CNS에 대한 가치 평가 방식이었다. 세무당국은 소액주주 간 거래를 토대로 LG CNS의 가격을 평가했는데, 구 회장 측은 이를 실제 시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세무당국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1주당 2만9200원은 당시 시세에서 벗어난 금액이라고 볼 수 없다"며 "거래일과 상속개시일 사이에 주식 가액에 변동을 일으킬만한 사정이 있었다거나, 통상적인 거래가액에 비춰 지나치게 고가라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비상장주식의 객관적인 교환가치를 정확히 산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상 비상장주식 거래라도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 자유롭게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에 통상적으로 성립된다고 인정되는 가액에 해당한다면 이를 시가로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세무당국이 기준으로 삼은 비상장주식 거래 사이트는 투기성 가격조작에 의해 시장가격이 쉽게 좌우될 수 있다는 원고 측 주장에 대해서도 "특수관계 등 친분이 없는 거래 당사자들이 각자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비상장주식을 매매했다"며 "시세를 변경시키기 위한 의도의 조작거래라는 등의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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