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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두고 고발 난무… "수사기관, 이슈화 무기로 전락"

국힘, 박은정·양문석 수사 요청
야권은 尹·검찰총장 공수처 고발
여야, 이달 들어 최소 4건 접수
21대 총선땐 3200여건에 달해
법조계 "정치문제 떠넘김 심각"

총선 앞두고 고발 난무… "수사기관, 이슈화 무기로 전락"
신지호 국민의힘 이조심판 특별위원장(오른쪽)과 최지우 법률자문위원이 지난 2일 대검찰청 종합민원실에서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박은정 후보 배우자 이종근 변호사의 고발장을 제출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총선 앞두고 고발 난무… "수사기관, 이슈화 무기로 전락"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더불어민주당 송순호 후보가 지난 1일 창원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국민의힘 윤한홍 후보의 TV토론회 발언과 관련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선관위에 고발한다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뉴시스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정당들간 과열 경쟁이 민·형사 사건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대 진영 후보의 논란을 두고 수사기관을 찾는 정치권 인사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진영 간 고소·고발도 난무하는 상황이다. 정치 문제를 사법 영역으로 끌고 오면서 '정치의 사법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법조계 일부에서 나온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정치 관련 고발장이 최소 4건 접수됐다. 본격 선거 정국으로 접어든 이후부터 집계하면 수치는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검, 공수처 등에 상대진영 고발장

박은정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후보의 남편 이종근 변호사에 대한 전관예우 논란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포문을 열었다. 국민의힘 이조(이재명·조국)심판 특별위원회는 지난 2일 이 변호사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또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같은 날 서울중앙지검을 찾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박 후보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특위는 검사장 출신인 이 변호사가 피해 액수 1조원에 달하는 다단계 사기 사건의 변호를 맡아 22억원의 수임료를 받는 등 범죄수익이라는 점을 알면서 범죄수익을 수수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남편이 전관예우를 받았을리 없다는 박 후보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특위는 지난 1일 새마을금고 편법 대출 의혹과 관련해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 특경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수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유시민 작가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은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야권에선 조국혁신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이 윤석열 대통령과 전·현직 검찰총장, 강백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장 등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 범위 밖의 디지털 자료를 불법적으로 수집·관리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더불어민주당 송순호 후보도 지난 2일 국민의힘 윤한홍 후보에 대한 고발장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접수했다. 송 후보는 윤후보가 TV토론 당시 '창원 간첩단 사건'을 언급하며 송 후보와 관계가 있는 것처럼 연결하려 했다는 취지로 윤 후보가 허위사실을 주장했다는 입장이다. 송 후보는 선관위에 윤 후보의 주요 발언에 대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를 조사해 사법기관에 고발할 것을 촉구했다.

■"고발장 통해 수사기관 무기화"

통상 선거 시즌으로 접어들면 고소·고발이 난무해 왔다. 검찰연감에 따르면 전국적인 선거가 있는 해에는 3200~5600건 정도의 사건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접수됐다. 최근 5년 동안 가장 많은 사건이 접수된 해는 20대 대선과 제8회 지방선거가 치러진 2022년으로 5611건을 기록했고, 21대 총선이 있었던 2020년의 경우 3208건이 접수됐다.

이같은 정치권의 고발전을 두고 '정치의 사법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치적인 문제를 내부에서 해결하지 않고 사법부에 넘겨 판단을 기다리는 것이 정치권과 사법부 양쪽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이다. 수사기관을 이슈화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한 질책도 이어졌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여권은 검찰에 야권은 공수처에 고소·고발을 하는 상황이 매 선거마다 일어나고 있다"며 "고발전이 아닌 토론이나 대화를 통해 정치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