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현장 전경. (본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진임) 뉴스1 제공
[파이낸셜뉴스] 골프를 치다 골프공에 맞아 실명한 사고가 발생했다면, 캐디의 책임은 얼마나 있을까. 동반자의 티샷 공에 맞아 실명한 사고 현장을 관리한 캐디가 안전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며 법정구속됐다.
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2단독 박현진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골프장 캐디 A(52·여)씨에게 금고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10월 원주의 한 골프장에서 고객들과 라운드 중 티박스 좌측 10m 전방에 카트를 주차했다. 이후 남성 골퍼에게 티샷 신호를 했다. 이때 날아간 공은 카트에 타고 있던 30대 여성 B씨의 눈으로 향했다.
B씨는 이 일로 왼쪽 눈이 파열돼 안구를 적출하는 영구적 상해를 입었다. B씨가 다친 뒤쪽 티박스는 좌측 약 10m 전방에 카트를 주차할 수밖에 없는 이례적인 구조였다.
사건 당시 B씨와 동행했던 남성 2명이 순서대로 친 티샷은 모두 전방 좌측으로 날아가 OB(Out of Bounds)가 됐다. 이에 한 번 더 기회를 갖는 멀리건을 사용해 다시 친 공이 B씨 방향으로 날아간 것.
A씨는 이 일이 있기 전까지 골프장 캐디로 20년 넘게 근무한 베테랑으로 꼽혔다.
법원은 A씨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했다. 카트를 해당 홀 티박스 뒤쪽으로 주차할 수 없는 이례적인 구조였지만 안전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카트는 세우고 손님들은 모두 내려서 플레이어의 후방에 위치하도록 해야 한다'는 매뉴얼을 위반했다는 설명이다.
박 부장판사는 "상당한 불운이 함께 작용한 사건이라 하더라도 피고인은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 캐디로서 사건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기본적인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채 안일하게 대처한 점이 인정된다"고 봤다.
그러면서 "결과가 매우 중대하고 사건 발생 이후 2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피해자에 대한 별다른 사고나 피해 보상 노력이 없어 무책임한 태도에 비추어 실형 선고를 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사건이 발생한 골프장은 티박스 구조를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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