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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역대 최고 총선 사전투표율, 본투표로 이어 가자

선거권은 유권자의 권리이자 의무
정치를 혐오한다 해도 포기 말아야

[fn사설] 역대 최고 총선 사전투표율, 본투표로 이어 가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6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찾아 지원유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뉴스1
4·10 총선 사전투표율이 역대 총선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 5∼6일 실시된 사전투표의 투표율은 31.28%로 2년 전 20대 대선 사전투표율(36.93%)보다는 낮지만 총선 사전투표 중에서는 가장 높았다.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대체로 본투표까지 포함해 전체 투표율이 높아진다.

사전투표율이 높은 것은 이번 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투표를 미리 하고 공휴일인 선거일의 시간을 활용하겠다는 유권자가 많은 탓도 있을 것이다. 최근 40년간의 역대 총선 투표율을 보면 1985년 84.6%를 기록한 뒤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46.1%까지 떨어졌다. 이후 조금씩 투표율이 높아져 21대에서는 66.2%까지 올라갔다.

대의정치를 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투표는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투표율이 높다고 반드시 그 나라의 정치 수준이 높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유권자의 투표 포기는 정치의 전횡을 부추길 수 있다. 투표율이 낮으면 그만큼 적은 수의 유권자들의 선택으로 정치의 향방을 결정 짓는 문제가 생긴다.

투표율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것은 정치혐오와 관련이 있다. 여당도 야당도 다 싫은, 즉 정치 자체를 증오하는 유권자가 늘어나 투표장에 가는 사람이 적어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저조한 투표율은 올바른 정치를 하지 않는 정치인들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다. 22대 총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유권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실제로 여야를 모두 혐오하면서 찍을 정당이나 후보자가 없다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금 선거판에서 벌어지는 행태를 보라. 편 가르기와 네거티브전에만 집착하는 후진 정치가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확인되지도 않은 주장이나 입에 담기도 어려운 막말로 상대방을 헐뜯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국회 본회의장의 이전투구가 선거판에서도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정당이나 후보들에게는 오직 선거 승리만 있을 뿐 수단의 정당성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는 사이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 대결은 밀려났다. 정책이라고 해 봐야 현금 살포를 포함한 온갖 선심성 공약뿐이다. 그들이 내뱉은 정책들을 어떻게 다 실현하고 어떤 재원으로 하겠다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타락의 정도를 더해 가는 선거 풍토는 정치혐오를 더욱더 부추긴다.

그럼에도 유권자는 투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선택할 후보가 없더라도 덜 나쁜 사람을 찍는 것으로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다. 사전투표율이 높게 나타난 것은 이런 점에서 고무적이다.

민주 시민으로서 선거권을 포기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과 같음을 알아야 한다. 모든 국민이 투표권을 포기한다고 가정해 보자. 정치를 위정자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도록 내버려두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유권자는 정치가 나쁘다고 증오하거나 멀리하지 말고 표로써 심판해야 하는 것이다.

높은 사전투표율을 놓고 여야는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고 있다.
맞는지 틀리는지는 투표 결과를 보면 알게 될 것이다. 본투표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투표를 하지 않은 유권자는 더 차분히 정당과 후보자를 훑어보고 분석한 뒤에 마음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자신이 부동층이라고 생각한다면 더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