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년여 만에 가출…"법적 부부여도 '실질적 혼인관계' 아냐"
서울 중구 국민연금 종로중구지사의 모습.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혼한 배우자의 노령연금을 분할하는 경우 법적인 혼인관계에 있었더라도 별거 등으로 이를 유지하지 않았을 때가 있었다면 해당 기간은 제외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정중 부장판사)는 A씨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분할연금지급에 따른 연금액 변경처분 등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1992년 B씨와 결혼한 뒤, 2013년 협의 이혼했다. 이후 A씨는 2022년 노령연금을 받게 됐는데, 이를 알게 된 B씨는 분할연금 청구했다. 이에 국민연금공단은 혼인 기간을 총 176개월로 계산해 B씨에게 분할연금 지급을 결정했고, A씨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국민연금법상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인 경우 요건(배우자가 노령연금 수급권자, 본인 연령 60세 등)을 갖추면 전 배우자의 노령연금을 나눠서 지급받을 수 있다.
A씨는 공단의 처분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B씨가 혼인 3년 만인 1995년 가출했고, 1998년부터는 주거지를 옮겼기 때문에 혼인 기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실질적인 혼인관계를 기준으로 연금 분할을 산정해야 한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원고 명의 계좌에 B씨와 금전거래를 했다는 내역을 찾기 어렵고, B씨는 법원 증인 소환에 불응했다"며 "원고가 B씨와 별거 이후 어떠한 왕래도 없이 지낸 점 등을 보면 별거 시점 이후 원고와 B씨 사이에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법률상 혼인기간 내내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했음을 전제로 이뤄진 공단의 처분은 국민연금법을 위반한 것으로 위법하다"며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정당한 분할연금액을 산출할 수 없으므로 처분 전부를 취소한다"고 부연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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