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정상균의 에브리싱] 물은 아래로 흐른다

사회를 지배하는 두 상류
국회의원, 의사집단 오만
최소의 양심·도덕 있어야

[정상균의 에브리싱] 물은 아래로 흐른다
정상균 논설위원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만든 영화 '악(惡)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직설적이다. 결말은 놀랍고 은유적이다. 자연과 인간의 균형, 상류의 오염이 이야기의 중요한 축이다. 영화 얘기를 잠깐 하자면, 야생 사슴이 사는 일본의 오지에 글램핑장을 지으려 하는 자들이 있다. 그곳이 사슴이 다니는 길목인지, 산에서 내려오는 샘물을 마을 주민이 식수로 쓰는지 등에는 관심이 없다. 몇 달 안에 글램핌장 허가를 받아 정부 보조금을 타내기만 하면 된다. 사업설명회는 급조됐고, 책임자는 불참했다. 설명회장에 모인 20여명의 주민들은 극렬하지 않으나 단호하게 반대한다. 글램핑장 내에 설치되는 정화조의 시설용량이 총수용인원에 비해 부족하고, 위치상 지하수와 하류의 샘물을 오염시킬 것이라고 했다. 권한이 없는 담당자는 "의견을 전달하겠다"는 뻔한 답만 한다. 마을 회장이 "상류가 오염되면 하류에는 더 큰 혼란이 일어난다"며 계획을 수정해 가져올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

영화는 현실을 투영한다. 필자에게 상류는 중의적으로 다가왔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를 지배하는 두 개의 상류가 있어서다.

상류 중의 상류, 국회의원 300명을 선출하는 선거가 내일(10일)이다. 선거는 막말·혐오·자극이 판치는 저질로 후퇴했다. 인물·청년·정책은 고사했다. 일부 후보의 도덕성은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자정(自淨) 수준을 넘어섰다. 거대 양당의 공천을 받은 인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들은 누구인가. 대학생 딸 명의로 새마을금고 소상공인 사업자대출을 편법으로 받아 31억원 상당의 강남 아파트를 산 자, 이대생 미군장교 성상납과 같은 막말·역사왜곡 망언을 일삼은 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전날 고가의 서울 성수동 다가구주택을 군 복무 중인 아들에게 증여한 자 등이다. 민낯을 들켜버린 이들은 "업계 관행" "이 정도는 문제 될 게 없다"며 뻔뻔하다. 이들뿐이겠나. 여야 5개 당은 음주운전·폭행·사기·뇌물수수 등 전과가 있는 144명에게 공천장을 줬다. 혈세를 받아 공천하고 선거를 치르는 정당이 납세자이자 유권자인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것이다. 애초부터 자정능력이 없거나 이 정도는 하류에서 알 수도, 알아도 별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건가. 국민보다 그들, 상류의 권력이 먼저다.

다른 하나의 상류, 의사들은 집단행동 중이다. '의대 2000명 증원 반대'를 요구하는 1만1000여명의 전공의들은 집단사직했다. 수백명의 의대 교수들도 '제자를 지키겠다'며 사직서를 내고 진료를 거부할 태세다. 의사의 사명·책임을 기대하는 국민의 상식은 짓밟혔다. 최상류 특권층인 내 앞에 정부든 국민이든 무릎을 꿇으라는 것이다. 그들의 분노는 정당한가. 방법이 잘못됐다. 지난 20여년 이런 식으로 의사집단과 타협했다. 정부는 한쪽 눈을 감아왔다. 결국 '내 것은 하나도 빼앗길 수 없다'는 의사집단의 직역 이기와 오만을 키웠다. 심각한 의료재정 부실과 의료체계 왜곡을 가져왔다. 이를 바로잡는 데 우리 사회는 더 많은 혈세를 써야 할 판이다. 의사가 되려면 상대적 재능과 상당한 시간, 비용이 드는 일임을 국민들은 알고 있다. 오롯이 내 능력과 내 돈으로 이룬 것이니 상류의 특권을 누릴 자격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잊어선 안 될 게 있다. 한 아이가 교육을 받고 의사로 성장하기까지 국가와 이웃, 우리 사회가 함께 만든 유무형의 공적 자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물은 아래로 흐르는 게 이치다. 모두 연결돼 있다. 상류의 부실한 정화조에서 흘러나오는 '오수'는 하류에 해악을 끼친다.

"상류에서 벌인 행동은 계속 쌓이고 쌓여 엄청난 결과를 초래합니다. 하류 사람은 상류를 비난하게 되고 다툼이 일어납니다. 상류는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더러운 물을 전부 하류에 흘려보내선 안 됩니다.
" 영화 속 대사가 우리 사회의 정곡을 내리친다. 국민들은 무결의 도덕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적어도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 상·하류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skjung@fnnews.com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