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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北에 넘겨준 ‘한강하구 해도(海圖)’는 국가 비밀이었다

-2019년 1월 30일 판문점서 남북 군사실무 접촉 통해 북측에 전달한 해도
-해당 해도는 비밀로 분류·등재 현재까지 3급 비밀로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
-국방·안보, 국민 안위와 관련해 공개할 수 없는 중요 비밀, 북한에 넘겨 준 셈
-유사시 김포·인천·고양·일산·파주·서울 등 안위에 치명적 영향 끼칠 가능성

[파이낸셜뉴스]
[단독] 北에 넘겨준 ‘한강하구 해도(海圖)’는 국가 비밀이었다
(사진 A) 강용석 국립해양조사원장이 2019년 1월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해 말 실시한 한강하구 공동이용수역 남북 공동수로조사 결과를 토대로 제작한 해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국방부는 남북군사실무접촉을 통해 해도를 북한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단독] 北에 넘겨준 ‘한강하구 해도(海圖)’는 국가 비밀이었다
(사진 B)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이 남북이 2018년 11월부터 35일간 진행한 한강 하구 공동수로조사를 지난 2018년 12월 9일 마무리함에 따라 한강 하구 수역을 대상으로 만든 해저지형도를 다음날인 10일 공개했다. 붉을수록 모래가 많아 얕은 곳, 푸를수록 수심이 깊은 곳이다. 사진=해양수산부 제공
[단독] 北에 넘겨준 ‘한강하구 해도(海圖)’는 국가 비밀이었다
(사진 C) 한강·임진강 하구 공동이용 수역. 사진=해양수산부 제공

지난 2019년 1월 말경 북한에 전달한 ‘한강 하구 공동이용수역 해도’가 국가 비밀로 분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해양조사원은 10일 북한에 넘겨준 해당 해도(海圖)는 비공개 문건인 비밀로 등재되어 있으며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파이낸셜뉴스가 해양수산부 산하 기관인 국립해양조사원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강하구 남북 공동이용수역에 대해 다른 정보형태를 다룬 해도 3건은 각각 지난 2020년 6월 10일(사진 A, B)과 같은해 9월 30일(사진 C) 자로 3급 비밀로 분류됐다. 이같이 관련 해도는 북한에 전달한 시점으로부터 각각 1년 4개월여, 1년 8개월 후 비밀로 등재된 것이다.

이에 다각적인 문제가 제기 되고 있다. 우선 당시 비밀 여부조차 제대로 판단하지 않고 전달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국가안보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었기에 관련 정보의 중요도를 판단하기도 전에 북한에 넘겨주었는지 의문이란 얘기다.

앞서 국방부 대변인실은 관련 문의에 대해 “북한에 전달한 한강하구 해도는 당시 해양수산부에서 '평문'으로 작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평문(Unclassified)이란 처음부터 대외 홍보 및 공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비밀(Confidential)과 구분되는 표현으로 해석된다.

■해당 해도, 국가 비밀 등재 여부 따지기도 전에 북한에 넘겨줘
의도 여부와 무관하게 한국에는 일반국민은 확인하지 못하는 비밀로 등재돼 있는 자료가 결과적으로 현재 북한에서 '민간이용'용으로만 쓰인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에 넘겨졌다. 북한은 일부 비밀이라도 공유할 수 있는 동맹국이 아닌 비밀을 공유해서는 안 되는 적성국이라는 점에서 누구와 무엇을 위한 조치였는지 진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북한에 전달한 후에 비밀로 등재한 배경도 납득하기 어렵다. 내용이 민감해서 드러내지 말아야 할 자료라면 애초에 전달하지 말았어야 했고, 국민도 알아도 되는 일반자료라면 비밀로 등재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또 이미 북한에 전달했다고 알려진 종이 형태의 해도만 북한에 전달했는지, 수심과 암초 조류 속도 등에 관한 좀 더 상세한 정보가 담긴 다른 형태의 정보가 북한에 넘어갔는지는도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지금이라도 관련 당국은 이같은 문제를 정확히 파악해 분석하고 해명과 향후 유사한 사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당시 해양수산부와 국방부는 지난 2018년 말 실시한 남북 공동수로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강하구 남북 공동이용수역에 대한 해도 제작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9년 1월 30일 판문점에서 이뤄진 남북 군사실무접촉을 통해 북측에 해당 해도를 전달했다. 해도 범위는 인천 강화도 말도부터 경기 파주시 만우리까지 길이 약 70km, 면적 280㎢다.

당시 국방부는 "오늘 '9·19 군사합의' 이행 관련 올해 첫 번째 이행조치로 한강하구 해도 전달을 위한 남북 군사실무접촉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T-3)에서 오전 10시부터 10시 35분까지 개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실무접촉에서 우리측은 한강하구 공동이용수역에 대한 남북 공동수로 조사 결과를 반영해 제작한 한강하구 해도와 조사결과 보고서 등을 북측에 전달했으며, 양측 공동수로 조사단장들에 의한 서명식도 병행했다"고 설명했다.

■ 유사시 김포·인천·고양·일산·파주·서울 등 안위에 치명적 영향 끼칠 가능성
당시 한반도는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통한 비핵화 실현 등 새로운 남북관계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해 들떠 있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군사외교 안보 전문가 일각에선 9·19 군사합의서 내에는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이나 미사일 개발 제한과 폐기 등에 관해 명시적으로 다루지는 않았으며, 합의 위반 시 재발방지 대책이 포함되지 않아 한반도 평화에 기여한다는 당시 정부의 설명과 달리 유명무실한 합의란 비판이 일었다.

관련 사안에 정통한 정부관계자는 북한에 넘겨준 해도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가 제기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에도 물밑에서 국가안보와 관련된 심각한 사안이라는 우려가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고 전했다.

안보적 측면에서 한강하구는 유사시 유력한 적군 침투가 가능한 루트로 김포와 인천, 일산, 파주뿐 아니라 서울과 나아가 국가 방위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지역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문가들은 "관련 정보 입수로 북한 군은 수심이 낮지 않은 곳을 이용해 침투로의 설계·개척이 가능하다"며 "한강하구는 유사시 언제든 북한이 소형 반잠수정이나 소형 침투정, 잠수장비를 장비한 인민군 특작부대를 이용한 도발을 감행할 수 있는 지역"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비밀로 등재되어 있지 않은 일반 정보나 대외비라도 국민의 안위와 관련된 정보는 적국에 넘겨선 안 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한강하구는 1953년 7월 휴전 이후부터 우발적 군사충돌 등을 우려해 민간 선박의 항행을 제한한 지역이다.

북한은 1980년대 초·중반 강화도 일대를 비롯해 한강 하구를 통해 무장 공비를 침투시키려다 우리 군에 여러 차례 적발됐다. 특히 강화도 교동도 일대는 북한과 거리가 가까워 적의 침투가 용이한 곳으로 알려졌다.
1980년 3월 23일엔 북한 3인조 무장간첩이 한강하구에서 휴전선을 넘어 아군 지역에 침투하려다 경계 근무 중인 아군 초병에 의해 발견돼 모두 사살된 바 있다. 북한군 특수부대는 2015년 6월경부터 한강(임진강)을 이용한 침투훈련을 재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김정은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한 이후 대남사업 부문 정리에 나서는 등 초강경 대남정책을 펴고 있어 언제든지 해도가 도발에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단독] 北에 넘겨준 ‘한강하구 해도(海圖)’는 국가 비밀이었다
한국군이 제공한 한강하구 해저지도를 살펴보는 남북 군 관계자들. 사진=국방부 제공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