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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들 선넘는 막말과 혐오 발언… 받아적던 손가락이 멈추던 순간 [4·10 국민의 선택 취재 후기]

후보들 선넘는 막말과 혐오 발언… 받아적던 손가락이 멈추던 순간 [4·10 국민의 선택 취재 후기]
뜨거웠던 4·10 총선만큼이나 현장 곳곳에서 발로 뛴 파이낸셜뉴스 막내기자들의 고군분투도 빛이 났다. 각 당 출마자와 주요 정당에 총선은 승리 아니면 패배로 귀결된다. 다른 선택지는 없다.

24시간을 마음 졸이며 유권자에게 한 표를 읍소하는 이유다. 바로 그들 옆에서 같이 땀 흘리며 현장의 생생함을 독자들에게 전달해온 본지 기자들에게 선거 취재는 그래서 늘 뜨겁다.

제22대 총선TF에 파견 나와 매일같이 현장을 누벼온 김찬미(증권) 기자의 취재 후기를 들어봤다.

정치부의 꽃은 '현장'이라고 한다. 비교적 현장이 적은 경제부서와 다르게 정치부는 매일 현장에 가 인물을 따라다니며 그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을 기록한다.

총선 기간 당 대표부터 후보자들까지 수없이 많은 사람의 말을 써 내려갔다. 그런 손가락도 멈추는 순간이 있었다. 후보자의 '막말'을 기록할 때다.

이 기간 후보자들은 거침없이 막말을 쏟아냈다. 네거티브 전략이라는 이름 아래 '개' '쓰레기' 등 선을 넘은 수많은 막말과 혐오 표현이 판을 쳤다. 처음에는 여야 모두 점잖게 공정선거를 외쳤지만, 시간이 갈수록 유세 현장이나 각 당 선대위원회발(發)로 거친 표현들이 여과 없이 쏟아졌다. 표현 수위도 민망할 정도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를 개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지 정치 자체는 죄가 없다"며 "범죄자들을 치워버리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국민을 조작하면 조작되는 그런 소위 엑스엑스(XX)로 아는 것이 아니냐"고 발언했다. 막말을 내뱉은 그들의 표정에는 그 어떤 미동도 없었다. 눈앞에 보이는 상대만 비난할 수 있다면 지금 자신이 뱉는 말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모습에 가까웠다.

후폭풍은 유권자에게로 향했다. 증오와 혐오로 얼룩진 막말들은 후보자들의 자질과 공약을 검증해야 할 유권자들의 판단을 어렵게 만들었다. 선거에 대한 피로감을 키워 투표를 포기하게 만들기도 했다.

격전지 취재를 할 당시 김해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는 누굴 뽑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투표를 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서로 싸우고 욕하고 헐뜯기만 하는 선거에 지쳤다"고 말했다.
계양에서 만난 20대 대학생은 "누가 더 잘하는지가 아닌 잘 까는지 선거를 하는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전문가에게 어떻게 하면 막말과 혐오로 얼룩진 선거를 멈출 수 있느냐고 물었다. 한 교수는 "결국 효과가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며 "유권자들이 먼저 정치문화를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