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하마스, 휴전 조건인 '인질 40명 석방'에 난감
자신들조차 인질 소재 파악 못해. 숫자 맞춰 시신 돌려줄 수도
하마스는 일단 휴전부터 해야 인질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
아껴뒀던 군인 인질 석방하면 협상 가능
지난해 10월 21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한 시민이 가자지구에 끌려간 인질들의 사진에 손을 얹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13일(현지시간) 기준으로 개전 190일을 맞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의 휴전 협상이 다시금 헛돌고 있다. 외신들은 협상 관계자들을 인용해 하마스에게 휴전 대가로 풀어줄 살아남은 인질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하마스 측에서 시신으로 인질 숫자를 채울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스라엘이 이러한 조건에 응할 지는 미지수다.
남은 인질 133명, 얼마나 살았나?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협상 관계자들을 인용해 하마스가 휴전 협상으로 석방할 수 있는 생존 인질 숫자가 40명에 못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같은날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휴전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데이비드 바르니아 국장은 10일 내각 보고에서 가자지구에 남은 인질 133명을 데려오지 못하면 휴전 협상은 불가하다고 말했다.
TOI에 따르면 하마스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1200명 이상을 살해하고 이스라엘 국민과 이스라엘 이중 국적자, 외국인을 합해 총 253명의 인질을 납치했다. 하마스는 지난해 11월에 7일 동안 휴전을 진행하면서 이스라엘 및 이스라엘 이중 국적자 81명과 외국인 24명을 포함 총 105명을 석방했다. 이스라엘은 자국민 대비 3배수 원칙을 적용해 이스라엘 감옥에 붙잡혀 있는 팔레스타인 수감자 240명을 석방했다. 이후 이스라엘군의 하마스 소탕 작전에서 사망하거나 구출된 인질을 제외하고, 이달 기준으로 가자지구에 남은 인질은 133명으로 추정된다. 133명 가운데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 공격 당시에 납치된 인질은 129명이며 나머지 4명은 해당 사건 이전에 납치됐다. 이스라엘 정부는 133명 가운데 이미 46명은 사망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남은 87명이 살아있는지는 불확실하다.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 당국은 지난 2월에 가자지구 인질 중 약 50명이 사망했으며 80명 가까이 생존했다고 추정했다. WSJ는 사망자의 대부분이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 공격 당시 당한 부상이 악화되어 목숨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들은 인질 일부가 하마스 지도부를 보호하기 위한 '인간 방패'로 쓰인다고 의심중이다. 이스라엘 당국은 인도주의적 문제로 공세가 막힌 가자지구 남부의 지하 터널에 해당 인질들이 숨겨져 있다고 추정했다.
지난 1월 21일(현지시간) 공개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부 칸 유니스 지역의 지하 생활 공간. 이스라엘군은 전날 발표에서 병사들이 칸 유니스의 지하 터널 가운데 인질들이 머물렀던 장소를 발견했다고 밝혔다.AFP연합뉴스
협상 카드 거덜 난 하마스
하마스는 지난해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후 단 한 번도 전체 인질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253명이라는 숫자는 이스라엘 정부에서 집계한 숫자다. 외신들은 지난해 10월 7일 공격 당시 하마스가 공격을 주도하기는 했지만, 가자지구의 다른 무장단체와 일반 민간인들조차 공격에 가담해 이스라엘 주민들을 납치했다고 분석했다. 휴전 협상에 참여한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 사니 카타르 총리 겸 외교장관은 지난해 11월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최소 40명 이상의 여성과 어린이 인질들이 하마스가 아닌 다른 가자지구 조직에게 붙잡혀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1월 휴전 협상 당시 여성과 어린이 인질을 풀어주면 휴전을 하루씩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하마스는 인질들이 가자지구 곳곳에 흩어져 있다며, 일단 이스라엘이 공격을 멈춰야 자신들도 인질 위치와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항변했다. 결국 하마스는 추가로 10명의 여성 및 어린이 인질을 확보하지 못해 휴전 연장에 실패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지난 1월부터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의 중재로 다시 휴전 협상을 하고 있지만 아직 진척이 없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상대로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무기한 휴전하는 동시에, 중요 정치 사범을 석방하라고 요구중이다. 이에 이스라엘은 완전 철수를 거부하면서 일단 하마스에게 남은 인질들의 명단을 달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이달 협상에서 하마스가 인질 40명을 석방하면 이스라엘이 900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하고 6주일 동안 휴전하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여전히 휴전부터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마스의 고위 정치위원이자 대변인으로 활동하는 바셈 나임은 11일 텔레그램을 통해 "인질들이 각기 다른 단체에 의해 분산되어 있으며 일부는 팔레스타인 주민과 함께 깔려 죽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휴전 협상을 진행하려면 인질들의 정확한 정보를 모을 충분한 시간과 안전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마스 관계자는 WSJ를 통해 40명의 인질을 석방할 수 있지만 40명 전부 살아있다는 보장은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협상 중재국 관계자들은 아직 살아남은 이스라엘 인질들의 대부분이 군인을 포함한 젊은 남성들이라고 추정했다. WSJ는 만약 하마스가 군인 인질을 포함하면 40명의 인질 숫자를 맞출 수 있다고 추정했다. 신문은 하마스가 일반인 인질보다 군인 인질의 가치를 높게 보고 있으며, 향후 팔레스타인 장기수 석방을 위한 카드로 쓰기 위해 일부러 군인 인질 석방을 미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11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국 대표를 맡고 있는 이스마일 하니예(왼쪽)가 조문객들과 인사하고 있다. 전날 이스라엘 매체들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알 샤티 난민촌을 공습해 하니예의 아들 3명과 손자 4명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카타르에 피신해 있는 정치국 인사들과 달리 가자지구에서 직접 활동하는 군사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의 소재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로이터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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