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내에서조차 "의대증원 1년 유예"
의료계 통일안 논의도 멈춰선 상황
출발부터 더딘 경사노위, 험로 예고
대안 나와도 野·민주노총 방해 위험
연금개혁, 소득보장 강화 재논의 가능성
늘봄학교, 전교조 비난에 속도 늦어질 듯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22대 총선에서 야권이 과반 이상 의석을 가져가면서 참패한 집권 여당의 의료개혁 정책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해왔던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 추진에도 일정부분 난항이 예상된다.
14일 여권에 따르면, 정부가 의료개혁의 ‘첫단추’로 꼽은 건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이다. 하지만 과도한 증원이라고 주장해온 야권이 차기 국회에서 189석이나 차지하면서 조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의대 증원을 1년 유예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안철수 의원은 총선 이튿날인 지난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의대 증원을 1년 유예하고 단계적 증원 방침을 정해 국민들의 분노에 화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비롯해 정부의 각고의 노력으로 진행되던 의료계 통일안도 지금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대한의사협회의 현 지도부인 비상대책위원회와 차기 회장 간의 이견으로 통일안 논의 자체가 멈췄다. 애초 통일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던 지난 12일 의대교수와 의대생, 전공의 등은 의협 없이 일단 통일안 논의에 들어간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공을 들여왔던 3대 개혁도 핵심은 입법 사안인 만큼 험로가 예정돼 있다.
우선 노동개혁은 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공이 넘겨졌지만, 아직까지 첫 회의 일정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양대노총 중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만 경사노위에 참여 중인데, 공무원·교원 노조 전임자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제)를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다.
경사노위에 따르면 타임오프제는 면제심의위 구성 의견차를 좁히면서 조만간 회의를 잡을 예정이다. 다만 근로시간제 개편과 유연근로제 등 숱한 과제들을 논의하면서도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주69시간 근로 논란을 겪으며 주도권을 잃은 상태라 경사노위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사노위에서 결론을 내고 대안을 마련한다고 해도 결국 야권을 설득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는 만큼 야권과 함께 경사노위 대안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연금개혁의 경우에는 아예 국회에 조율과정이 온전히 맡겨진 상태라 최종 합의까지는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인상 등의 경우 국민 정서상 매우 민감한 부분인 만큼 여야 합의를 비롯해 여론을 설득하는 과정도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현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산하의 공론화위가 ‘보험료율 12% 인상·소득대체율 40% 유지’와 ‘보험료율 13% 인상·소득대체율 50%로 인상’ 등 2개의 국민연금 모수개혁안을 도출했다. 이를 바탕으로 내달까지인 현 국회 임기 전에 최종적인 개혁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야권이 비대해진 만큼 새 국회가 출범하면 다시 연금특위를 꾸려 다시 논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금개혁 논의 과정에서 정부·여당은 국민연금 재정안정에 주안점을 둔 반면 야권은 소득 보장을 더 넓히는 데 방점을 찍었던 만큼, 새 국회에서 야권이 소득대체율을 더 늘리는 개혁안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개혁은 올해 본격 시행되는 늘봄학교와 각 지역 산업 특성에 맞는 특성화고등학교 설립에 대해 야권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돼있는 만큼 좌초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일부 속도조절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늘봄학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중심으로 초등학교 교사의 업무부담 가중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야권이 이를 가져다 빠른 시행보단 교사들의 요구를 반영하라는 요구를 제기할 수 있다. 늘봄학교 제도화를 위해선 법 제정이 필요한 만큼 정부로선 거대야당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다. 이 경우 올해 전국 초등학교 1학년, 내년 2학년, 내후년 전체 학년 대상 시행이라는 애초 계획이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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