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개혁정책 (3)
尹정부 반노동정책 올스톱 위기
여당 참패로 법안처리 힘들어져
경사노위 사회적대화도 '미지근'
윤대통령, 협치로 돌파구 찾아야
지난 2월6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3차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본위원회에서 노사정 선언문 서명식 뉴스1
22대 총선이 여당의 참패로 끝나면서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 1순위로 꼽은 '노동개혁'이 좌초할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근로시간 개편 등 노동개혁의 대다수 과제들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법 개정사항이기 때문이다. 야당이 다음 국회에서도 190석 가까이를 차지해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법안들은 사실상 처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크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협치를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노동입법 줄줄이 스톱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4·10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원내 3당인 조국혁신당(12석) 의석수를 더하면 총 187석으로 다른 당 협조 없이도 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이처럼 총선에서 그동안의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민심이 확인되면서 그동안 고용노동부가 밀어붙였던 반노동 정책 추진은 어려울 전망이다.
당장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근로시간 개편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해 '주 최대 69시간' 개편안이 논란이 되자 현행 '주 52시간'의 틀은 유지하면서 일부 업종·직종에 따라 유연화를 골자를 하는 근로시간 개편 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근로시간 유연화는 근로기준법 개정사항으로 국회 동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와 각을 세워온 초거대 야당이 이를 쉽게 허락할 리 없다.
특히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불발된 노란봉투법 재추진 가능성도 커졌다. 민주당은 총선 전부터 노란봉투법 재추진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노란봉투법은 단체교섭 대상을 원청으로 확대하고, 쟁의행위(파업)를 이유로 한 회사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막는 내용이 골자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정부가 추진하려던 '업종별 차등적용'도 발목이 잡혔다. 내년 최저임금이 1만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생존이 힘든 일부 업종에 대해서라도 최저임금을 차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노동계와 야당은 '형평성'을 이유로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해 추진하려던 '중대재해법 2년 유예안'도 무산됐다.
■기댈 곳 사회적대화 뿐이지만
윤석열 정권은 출범 초 여소야대 국회 상황으로 노동관계법 개정이 막히자 높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시행령을 개정해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1000명 이상 노동조합이 회계공시를 하지 않으면 조합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여당의 총선 참패로 이 같은 정부의 기조는 동력을 잃게 됐다. 정부가 이제 기댈 곳은 사회적 대화뿐이다. 여소야대로 국회 입법이 어려운 어려운 상황 속에서 노동계와 허심탄회하게 노동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유일한 출구이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근로시간제도 개편안과 상생임금위원회에서 검토하기로 했던 임금체계 개편 논의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다루기로 했다. 다만 2월에 대화를 시작한 경사노위는 현재 난항을 겪고 있다. 경사노위는 당초 이달 4일 특별위원회 발족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화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공무원·교원 근무시간면제(타임오프제) 심의위원회 공익위원 구성을 두고 노정 갈등이 터지면서 첫 회의가 연기됐다.
만약 첨예한 문제 등을 경사노위 사회적 대화에서 합의해도 국회 내 입법 과정에서 또 논쟁이 예상돼 윤 대통령의 남은 3년 임기 동안 노동개혁은 험로를 걸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본격 막을 올린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노사정 대화의 분수령이 될지도 주목된다. 돌봄업종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 낮은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계 뜻과 반대되는 안들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될 경우 노정 갈등이 다시 분출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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