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정신장애 인구의 폭염 영향 연구
2006~2021년 16년치 45만여건 자료 분석
[파이낸셜뉴스] 정신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폭염에 훨씬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장애인을 위한 기후변화 대응책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대학교는 정보의생명공학대학 의생명융합공학부 이환희 교수팀이 지구 온난화와 관련해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16년간 45만여 건의 자료를 바탕으로, 여름철 폭염에 노출된 지적장애인, 자폐스펙트럼장애인, 정신장애인의 응급실을 경유한 입원 위험이 비장애 인구에 비해 4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16일 밝혔다.
여름철 무더위는 조기 사망을 비롯해 건강 악화로 인한 병원 방문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저소득층이나 노인 등이 이러한 건강 영향에 더욱 취약함을 보여 왔는데, 장애인에 대한 위험은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
연구팀은 이런 점에 주목해 지적장애인, 자폐스펙트럼장애인, 정신장애인이 여름철 폭염에 노출됐을 때 응급실을 경유한 입원의 위험이 얼마나 되는지를 조사했다.
▲장애 유형별 폭염 노출에 따른 응급실 경유 입원의 위험도 및 이로 인한 초과 의료비용(단위=1000원) 발생 그래프. 부산대 제공
연구 결과, 비장애 인구의 위험이 1.05배 증가한 데 반해 지적장애인 1.23배, 자폐스펙트럼장애인 1.06배, 정신장애인 1.20배가 증가해, 비장애 인구에 비해 정신장애 인구는 초과입원 위험이 최대 4.6배의 증가폭을 보였다.
예를 들면 평소 입원 인원을 100명이라고 상정하면, 폭염 때 비장애 인구는 105명으로 5명 증가하는 반면 지적장애인의 경우 123명으로 23명 증가해 증가폭이 4.6배라는 설명이다.
이들 중에서도 비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 소득 수준이 낮은 이들의 위험이 두드러졌다. 입원 원인으로는 비뇨·생식기계 질환으로 인한 입원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의료비 증가 역시 상당했다. 연구팀은 지적장애인, 자폐스펙트럼장애인, 정신장애인 10만 명당 연간 2억 9246만원의 의료비가 폭염으로 인해 추가로 지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더위 상황에서 지적장애인, 자폐스펙트럼장애인, 정신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4배 이상 위험하다는 이번 분석은 향후 국가 단위의 기후 위기 대응책 수립 시 장애 인구 집단에 대한 고려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이환희 부산대 교수는 “장애 인구는 이제까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기후 변화 취약성에 대한 정량적인 평가가 부족했던 집단”이라며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데이터 기반 장애인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이 활발히 논의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부산대 특성화사업단 및 한국환경연구원 지원을 받아 서울대 보건대학원 박진아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 이환희 교수가 교신저자로 수행했다.
연구팀은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 연구팀과 미국 예일대학교 미셸 벨 교수 연구팀과의 국민건강보험 청구 자료를 활용한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정신 보건 분야의 저명 국제학술지인 '란셋 정신의학(The Lancet Psychiatr)' 게재됐다.
또 연구팀은 한국 건강보험공단 표본코호트 100만 명의 자료를 활용해 정신장애뿐만 아니라 신체장애 등 전체 장애 인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수행, 2024년 4월 환경 보건 분야 저명 국제학술지인 '란셋 플래니터리 핼스(The Lancet Planetary Health)'에 연구 성과를 게재했으며, 이 연구는 저널 커버 페이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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