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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에 의석 몰아준 국민, 국정기조 바꾸라는 명령"[22대 국회에 바란다]

(1) 정부·여당 향한 매서운 민심
정치평론가 3인에 듣다
범야권 '대승'에 담긴 민심
야당의 '독주' 사실상 승인한 것
尹대통령 임기 내내 '여소야대'
'입법 공세' 힘받은 野
채상병·김건희 여사 특검부터
영수회담 수용 등 요구할 듯
'시행령 통치'도 더는 쉽지 않아
결국 대통령이 먼저 손내밀어야
與, 용산과 다른길 갈까
생존 위해 각자도생 선택 가능성
거부권 행사땐 반란표 나올수도
새 지도부 꾸릴 전당대회 관심

4·10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은 꽤나 매서웠다. 집권 3년차를 맞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정권심판론이 선거판을 주도하면서 이슈나 인물, 구도 모두 먹히지 않았다.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은 개헌선(200석)에 가까운 192석을 획득, 압승을 거뒀다. 반면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가까스로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로써 윤석열 정부는 집권기간 5년 내내 '여소야대' 정국인 첫 정부가 됐다. 막강한 의회 권력을 틀어쥔 야권은 각종 특검법을 강행 처리해 대여 압박 강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릴 것이고, 소수 여당은 사력을 다해 막는다는 입장이어서 21대 국회에 이어 '대화와 협치'가 실종될 우려가 높다. 윤석열 정부의 교육·연금·복지 등 3대개혁 추진은 동력을 잃고, 정부·여당의 입법·예산·인사권 행사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총 4회에 걸쳐 양보와 타협을 통한 생산적 정치가 구현될 수 있도록 민생안정을 위한 상생의 길을 적극 모색해보고자 한다.

22대 총선에서 여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기록한 것은 지난 2년 윤석열 정권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민심의 심판론이 선명하게 작동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을 통해 향후 더불어민주당 등 거야(巨野)의 입법 독주를 사실상 국민이 승인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향후 혼란이 극에 달할 정국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여당이 지금과 달리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수밖에 답이 없을 것으로 진단했다.

"야권에 의석 몰아준 국민, 국정기조 바꾸라는 명령"[22대 국회에 바란다]
"야권에 의석 몰아준 국민, 국정기조 바꾸라는 명령"[22대 국회에 바란다]


■전문가 "22대 총선, 野에 탄핵 빼고 다 해보라는 국민 명령"

16일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한 정치평론가 3인은 22대 총선 총평으로 "대통령 탄핵만 빼고 다 하라고 야권에 국민이 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22대 총선에서 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 포함)은 175석을 석권해 108석을 얻는 데 그친 국민의힘(국민의미래 포함)을 상대로 대승을 거뒀다.

일각에서는 민주당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각각 180석, 103석을 얻었던 4년 전에 비하면 국민의힘이 조금이나마 선방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당시 민주당은 여당, 미래통합당은 야당이었다. 이번에 국민의힘은 집권 3년 차 여당으로서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한번도 국회 여소야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첫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여기에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 등 반윤 성향 군소정당들까지 더하면 범야권은 192석에 이른다. 여당에서 8석만 이탈해도 대통령 탄핵·개헌 저지선이 무너지는 것이다.

김준일 정치평론가는 "총선에서 정권 심판론이 통한 적이 별로 없었다"며 "이번에는 야당에 175석이라는 의석수를 몰아줄 정도로 정말 엄청난 심판 열기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17·18·19·21대 총선에서는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한나라당·새누리당·민주당이 모두 원내 1당을 차지했다. 비록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여당인 새누리당이 단 1석 차이로 1당을 뺏기기는 했지만 그때도 민주당이 과반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도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야당이 지금까지 주장했던 것을 다 하라는 (유권자) 뜻이 맞다"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윤 대통령의 폭주를 멈추라는 것이 국민적 명령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野, 입법 강공 이어갈 듯…"대정부 압박하란 게 국민 뜻"

윤 정부 출범 후 21대 국회 정국에서는 거야 입법 강행에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9차례나 이뤄졌다. 21대와 비슷한 국회 지형에서 야권은 입법을 통한 대정부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대정부 압박의 근본적인 명분은 국정기조 전환 요구다. 최 평론가는 "야권은 정부·여당을 향해 지금까지와 같은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은 안 된다고, 이재명·조국 대표의 영수회담 요구를 수용하고 채 상병·김건희 여사 특검 등을 받으라고 요구할 것"이라며 "주도권을 쥔 것은 야당이다. (여야가 붙으면) 야당이 일방적으로, '원사이드'하게 이긴다"고 단언했다.

김 평론가는 "조국혁신당까지 나오면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일종의 선명성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며 "선거(지방선거)가 2년이나 남았기 때문에 민주당도 (정부·여당과) 휴전을 택하거나 민생 중심으로 전환하기보다는 당분간은 대여 공세를 거세게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평론가는 "야당더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다 하라고 국민이 얘기했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라며 "특검법 추진 등에 소극적이면 야당이 오히려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대로면 임기가 3년 넘게 남은 윤 정부 전망은 어둡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야권 강성파가 주장하는 탄핵까지는 이뤄지지 않더라도, 윤 대통령이 '레임덕'(절뚝거리는 오리)을 넘어 '데드덕'(죽은 오리)으로 곧바로 갈 가능성이 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윤 대통령은 지난 2년간 시행령 통치에 의존해온 측면이 있는데, 이제부터는 그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무원들이 움직여줘야 시행령 통치도 가능한데, 앞으로는 공직 사회도 소극적일 것이라는 의미다.

결국 이대로는 꽝꽝 얼어붙을 수밖에 없는 정국을 누그러트리는 역할은 정부·여당, 특히 윤 대통령이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가능하겠냐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이 평론가는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며 "대통령이 국정기조를 바꾸고, 야당과 협치를 하자고 먼저 손을 내밀고, 여당에도 협상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도 "국정기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가능성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바뀌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회의론의 근거는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등 여권 인적쇄신 추진과 관련해 하마평에 오른 인물들의 면면이다. 김 평론가는 "외견상으로 보면 모든 국정기조를 바꾸라는 것이 민심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데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 측근 중심으로 '회전문 인사' 하마평이 나오는 것 자체가 이번 총선 결과를 엄중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與, 尹과 '다른 길' 걷나…전당대회에 관심

여당의 선택지도 관심사다. 윤 대통령이 변화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자체 생존을 위해 여당이 정부와의 관계 악화를 각오하고 각자도생을 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 평론가는 "최악의 경우에는 국민의힘이 그런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대통령이 여당 말도 안 듣는다고 하면 탈당을 요구할 테고 탈당을 요구하지 않더라도 대통령과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며 "윤 대통령을 빼고라도 (야당과) 협치를 하지 않으면 국민의힘은 소멸 단계로 접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거부권 행사도 이제 못할 것"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이제 여당에서 이탈표가 나올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당장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서도 국민의힘에서도 안철수 의원 등 22대 총선 당선자를 중심으로 찬성한다는 발언이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 평론가도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더 이상 윤 대통령과 같이 가면 우리도 망한다고 판단해 (표결에서) 반란표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대통령과 결별할 가능성에 대해 최 평론가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지금 상황이 계속 답답하게 반복되면 대통령 지지율도 떨어지고 정당 지지율도 떨어지고 당원들도 들고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국민의힘이 쉽게 반기를 들기는 쉽지 않고, 당분간 거부권 정국이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김 평론가는 "오는 6월 회기가 새로 시작돼도 실제 이탈표가 국민의힘에서 8석 이상 나올지 개인적으로는 조금 의문"이라며 "앞으로 2년간 선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러한 전망은 당의 혁신을 요구하는 유의미한 정도의 원심력이 국민의힘 22대 총선 당선인들에게 있겠느냐는 의문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김 평론가는 "그런 상황에서 보면 당분간은 야당이 법안을 발의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다시 부결되는 과정이 몇 차례 반복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런 점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누가 현재 궐위 상태인 국민의힘의 당권을 잡느냐다. 무엇보다 관심사는 사실상 대통령실과 수직관계에 놓여 있는 여당이 당정관계 재정립에 나설 수 있느냐, 그럴 만한 인사들이 지도부에 포진하느냐로 모아진다.

최 평론가는 "국민의힘이 살려면 윤 대통령이 국정기조를 바꾸도록 하는, 쓴소리하는 지도부가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힘은 안 그래도 줄어드는 보수판인데 쪼그라들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유승민 전 의원이 됐으면 좋겠지만 가능성은 없다. 현재 전당대회에는 당심 100%가 작동하는데 유 전 의원은 당내 기반이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 평론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로 갈 가능성도 굉장히 높다고 본다"며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당정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친윤 그룹이 중심이 돼 뭉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의 이 같은 예측 속에 국민의힘은 이날 당선인 총회를 통해 '실무형 비대위'를 꾸려 2년 임기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조속히 개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지도부 구성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영남 정당'을 벗어나 '수도권 대중 정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김 평론가는 "영남 중심 의원 구성이 당원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것이고 점점 짠물 이론처럼, 소금물이 증발하면 더 짜지는, 진성 당원 중심으로만 남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며 "그러면 전당대회도 룰을 어떻게 바꾸든 친윤 중심으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그런 점에서 김 평론가는 나경원 당선자 등 비윤 중에서도 윤 대통령이 거부감을 덜 느끼는 사람이 당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최 평론가도 "오늘 딱 보니 사람이 안 바뀌어서 국정기조도 안 바꿀 것 같다. 그대로 갈 것 같다"며 "당이 민심과 괴리되면 망한다. 되게 중요한 상황인데 지금 망할 길만 찾아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최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