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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낮은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고 野에 협력 구해야

尹대통령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
야당도 협치에 앞장서며 화답하길

[fn사설] 낮은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고 野에 협력 구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총선 참패 이후 침묵을 지키던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의 총선 패배로 정부의 국정동력은 급격히 떨어진 상태다. 하루빨리 쇄신책을 마련해 국정에 다시 힘을 불어넣어야 한다. 윤 대통령이 강조한 키워드는 민생과 소통이다. 여당의 참패 원인 가운데 대통령의 불통 행보가 지목됐다는 점에서 일단 방향을 잘 잡았다. 민심과 국민의 눈높이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마이 웨이'를 고집하다가는 만사가 어려워진다.

국정 정상화를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하나는 정확한 민심 파악이고, 다른 하나는 거야(巨野)와의 협치다. 윤 대통령은 지난 2년여간 펴온 정책들이 서민에 대한 배려가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내가 맞다 우겼다"고도 털어놓았다. 말로 끝낼 게 아니라 지금부터 어떻게 실행에 옮길지 고민해야 한다.

절대적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당과의 협력은 국민을 위해서도 이뤄져야 한다. 싫어도 손을 내밀고 끌어안을 액션을 취해야 한다.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서 야당에 먼저 다가가야 한다. 야당과 대척 관계를 유지한다면 어떤 정책도 추진하기 어렵다. 최대의 국정과제는 구조개혁인데, 야당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도 마냥 뿌리칠 것만도 아니다.

그렇다고 야당이 요구하는 대로 끌려다니라는 게 아니다. 야당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되 민생과 미래세대를 위해 필요한 정책에 대해선 초심과 원칙을 지키면 된다. 재정건전성을 위해 무분별한 포퓰리즘을 반대한다는 것을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했다. 나아가 국회와 긴밀하게 협력하는 동시에 민생안정을 위해 필요한 예산과 법안을 국회에 잘 설명하고 더 많이 소통하겠다고 했다. 다 맞는 말이다. 여기서 국회는 다수당 야당을 뜻하는 것으로 믿는다.

이런 화해와 협력의 제스처가 없다면 향후 정국은 풍파가 몰아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입법부를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된 거야는 '채 상병 특검'을 필두로 윤 대통령과 현 정부를 거세게 압박할 것이다. 입법부와 행정부, 여당과 야당의 충돌이 격화되면 국정은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개연성이 농후해질 것이다.

총선 책임을 놓고 분열한 여당부터 분위기를 다잡아야 한다. 여당 내, 당정 간 갈등이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야당과 협력하고 민생을 챙기겠는가. 정책이 뜻대로 추진될 리 없다. 국정쇄신의 첫걸음은 인적 쇄신이다. 사의를 표명한 국무총리와 비서실장의 후임자를 잘 골라야 한다. 직언을 서슴지 않는 화합형 인물이 적임자라고 본다.

야당도 화답해야 한다. 의석의 힘만 믿고 국정을 뒤흔드는 오만은 곧바로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국정 혼란은 곧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협치에는 야당이 먼저 앞장서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선 후 보여주는 겸손한 태도로 윤 대통령의 국정에 손발을 맞춰야 할 것이다. 야당에게도 역시 최우선은 민심과 민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