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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전쟁 확산 우려…겨우 회복한 반도체 다시 '시계 제로'

중동발 전쟁 확산 우려…겨우 회복한 반도체 다시 '시계 제로'
14일 (현지시간) 이스라엘 아슈켈론에서 방공망 아이언돔이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을 향해 발사되는 모습이 보인다. 2024. 4. 15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중동발 전쟁 확산 조짐이 겨우 회복세에 접어든 반도체 업황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이번 중동 긴장 고조의 화약고인 이스라엘은 세계 주요 반도체 회사의 생산기지가 있는 요충지로, 사태 장기화 시 피해는 불가피해 보인다.

17일 반도체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심야 공습을 단행하면서 5차 중동 전쟁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업계는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는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이번 전쟁 확산으로 다시 침체의 늪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크다.

특히 당사국인 이스라엘에는 미국 인텔 등 주요 반도체 회사의 생산기지가 구축돼 있는데, 단순히 우리 기업의 피해를 떠나 전체 반도체 시장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들 기업들은 현지상황을 주시하며 주변 정세 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이스라엘에 판매법인과 연구개발센터 등을 두고 있다. 이번 이란의 공격으로 인한 피해는 없었지만, 사측은 현지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재택근무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반도체 기업인 인텔은 현지에서 4개의 개발·생산기지를 운영 중이다. 인텔은 이스라엘 남부 키르야트 가트에서 중앙처리장치 CPU공장을 가동 중인데, 이 공장은 인텔 전체 반도체 생산능력의 약 11%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텔의 서버용 CPU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71%다. 사태가 확대하거나, 장기화해 피해가 지속되면 인텔은 CPU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의 D램 공급량도 줄어드는 등 직접 타격도 예상된다.

올 들어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는 반도체 시장에 또다시 악재가 터지면서 우리나라 수출전선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다. 지난해 최악의 무역적자를 기록했을 때도 그 중심에는 침체 늪에 빠져있던 반도체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D램 가격 하락에 따른 재고 확대로 바닥을 친 반도체 시장은 올 들어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지난 3월을 비롯해 최근 수출입 동향을 살펴보면, 반도체를 비롯한 IT품목 수출이 살아나면서 답답했던 우리 경제에 혈을 뚫어준 모습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월 D램 8Gb DDR4 고정가격은 지난해 9월 1.30달러에서 1월 1.80달러로 40% 가까이 올랐다. 낸드플래시 128Gb(기가바이트) 고정가격도 4.72달러로 지난해 4~9월 3.82달러 대비 20% 이상 올랐다. 지난해 촉발된 생성형 AI(인공지능) 관련 수요 상승으로 HBM 등의 고부가 메모리 제품 판매 역시 크게 증폭된 상태다.

이런 분위기는 반도체 수출이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수출 실적에 곧바로 투영됐다.

올 들어 반도체 집적회로(IC) 수출금액지수가 1년 전보다 70% 치솟았고, IC 수출물량지수도 50% 넘게 급등해 약 12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반도체 IC 수출물량지수는 지난달 424.27(2015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55.0% 상승했다. 지난 2012년 6월(58.9%) 이후 11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반도체 IC 수출금액지수는 지난달 214.64로 전년 동월 대비 69.9% 치솟아 2017년 12월(70.5%) 이후 6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갈아치웠다.

이 때문에 정부는 물론 경제 전문가들은 향후 경기전망을 내놓을 때마다 '반도체 업황 회복'을 하반기 무역수지 실적 개선 배경으로 꼽았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중동발 전쟁 확산 우려가 우리 수출경제에 시야를 다시 가리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전쟁 확전 시 이스라엘 본토가 공격을 받게 되면 인텔 공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그럴 경우 세계적으로 나오는 CPU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컴퓨터나 서버의 수요가 줄고, 자연스럽게 우리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줄어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어 "또 전쟁이 장기화해 세계 글로벌 시장 소비회복이 계속 지연된다면 지금 회복세를 보이는 반도체는 다시 후퇴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중동발 전쟁 확산은) 어디까지나 외부적 요인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상황을 파악하고, 수급량을 조금 조절하는 등 대처방법에 있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