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대원 모습.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긴급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원이 현장에서 폭행당하는 사건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폭행 가해자의 대부분은 주취자인 것으로 파악돼 별도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태다. 주취자에 의한 구급대원 폭행의 경우 주취자라는 이유로 처벌 수위를 감경받을 수 없으나, 여전히 처벌은 여전히 약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피해자인 구급대원의 경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겠다는 일념아래 현장 충돌한 상황에서 오히려 폭력의 피해자로 전락해 소방대원 기능과 역할 수행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마저 나온다.
■국민생명 지키러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오히려 폭력 피해
18일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해 동안 구급대원 폭행 사건은 총 244건 발생했다. 이 중 주취자에 의한 범행은 203건으로 83.1%를 차지했다.
앞선 3년간 동안의 구급대원 폭행 추이도 유사하다. 2020년에는 196건(주취자 168건), 2021년엔 248건(주취자 203건), 2022년에는 287건(주취자 245건)으로, 평균 240건을 훌쩍 넘겼다.
실제로 지난 5일에는 술에 취해 상습적으로 119 신고를 하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을 흉기로 위협한 40대 A씨가 구속된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갈비뼈가 아프다'며 119 신고를 한 뒤 출동한 구급대원들을 향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는 등 구조·구급 활동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9일에는 30대 B씨가 술을 먹고 넘어져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을 폭행해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잇따르는 구급대원 폭행 사고에 소방청은 최근 8년간(2015~2022년)의 현황을 분석했다. 그 결과 구급대원 폭행사고는 야간 시간대에 주로 발생했으며,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간대는 오후 10시로 나타났다. 이는 폭행 가해자의 약 87%가 주취상태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사건 발생 장소별로는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현장처치를 시도하는 '도로상'과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 중인 '구급차 안'이 가장 많았다.
폭행 피해를 입은 구급대원의 계급별 현황으로는 소방사, 소방교 순으로, 20-30대 구급대원들의 피해가 가장 많았다. 남성 구급대원이 83.5%로 여성 구급대원 16.5%보다 67% 더 많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대원 보호 위한 별도 대책 시급
소방기본법에 따르면 소방대원에게 폭행 또는 협박을 행사하여 구급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2022년부터는 술에 취해 구급대원을 폭행할 경우 처벌을 감경받을 수 없도록 개정된 소방기본법이 시행됐다. 하지만 주취자의 구급대원 폭행 건수는 줄지 않았고 처벌도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구급대원 폭행 가해자에 대한 처분 결과는 벌금형이 가장 많고 집행유예, 징역 순으로 대부분 낮은 수준의 처벌로 끝난다. 구급대원 폭행 가해자들의 구속률은 △2019년 3.4% △2020년 0.5% △2021년 2.4% △2022년 2.4%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최근 정부는 의료진과 119구급대원을 대상으로 한 폭력행위는 폭행·협박·업무방해·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점을 면밀하게 조사해 엄정 조치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또한 술에 취한 상태의 폭력도 감형받을 수 없도록 특별법을 우선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방청 관계자는 "지속·반복되는 구급대원 폭행피해 근절을 위해 구급대원을 폭행하는 주취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중 처벌하고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일깨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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