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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개원 예고편… 법사위 이어 운영위까지 '위원장 쟁탈전'

민주 "반드시 사수" 강력 의지
국힘 "입법폭주 노골화" 반발
원 구성 협상에서도 갈등 우려

여야가 22대국회 개원(5월30일)을 40여일 앞둔 가운데 벌써부터 주요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물밑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골자는 단독 원내 과반(175석)이라는 '압승 성적표'를 받아든 더불어민주당과 겨우 개헌저지선(108석)을 확보한 여당 국민의힘간 22대 국회 입법 주도권 확보 다툼이다.

민주당은 '상왕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장직과 운영위원장직 등을 모두 사수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개원도 하기 전에 민주당이 입법권력을 앞세워 협치가 아닌 '국회 독단 운영'을 예고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처럼 원 구성 협상 초반부터 난항이 예상되면서 22대국회도 '지각개원'이 되풀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 "법사위 내놓았더니…"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기회에 근본적으로 국회 운영의 틀을 한번 바꾸는 문제에 대해서 아주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법사위와 운영위는 이번에는 꼭 민주당이 갖는 게 맞다"고 밝혔다.

법사위원장은 모든 법안들이 본회의로 가기전 거쳐야 하는 마지막 관문으로 권한이 막강해 국회 개원때마다 여야간 단골 다툼 메뉴다. 각 상임회에서 통과된 모든 법률안은 법사위에서 체계·자구의 심사를 받고 본회의에 상정돼 사실상 상원 역할을 맡고 있다.

민주당은 21대국회에서 추진하고자 한 각종 민생입법이 여당 소속의 법사위원장 탓에 번번이 좌초됐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특히 하반기 국회가 전혀 작동되지 않은 이유 중의 하나가 이 법사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고민정 의원도 전날 라디오 방송에서 "법사위를 내놓은 결과가 어땠는가. 모든 법안이 막혔고 협치는 실종됐고 갈등의 극치는 더 극대화됐다"고 주장했다.

현재 법사위원장은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맡고 있다. 당초 지난 17대국회부터 20대국회까지는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여야가 나눠 맡았다. 특히 법사위원장은 여당의 독주 견제 장치 차원에서 야당이 맡아왔지만, 21대국회 전반기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 두 자리를 동시에 가져가면서 관례가 깨졌다.

■국힘 "민주당, 폭주하겠다는 것"

국민의힘은 개원도 하기전에 민주당이 입법 독주 의도를 드러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협치와 의회 정치를 복원하는 데 있어서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야당이 차지하겠다는 것은 폭주하겠다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개원도 하기전부터 22대국회를 독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이란 얘기다.

김기현 전 대표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회가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해선 (여당이)법사위원장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21대국회 개원 당시 여야는 원 구성 갈등의 장기화로 임기 시작 48일만에 개원하며 '최장 지각'이라는 오명을 남긴 바 있다. 이처럼 여야간 '강대강 대치'가 지속될 경우, 이번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민주당 내에선 '미국과 같이 다수 의석을 지닌 정당이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가야 한다'는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거센 상황이다.

다만 자칫 민주당의 일방독주 모습으로 비춰질 경우 역풍이 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22대국회에서는 원 구성 협상에서 다수당이 먼저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협치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