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산업·석유 수출 제한 등
네타냐후, 사흘째 대응 회의
즉각 보복 대신 심리적 압박
지난 14일(현지시간) 주요7개국(G7) 정상들이 화상으로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규탄하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보복을 말리는 동시에 이란에 추가 제재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국내외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당장 보복은 미뤘지만 보복 자체는 강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 국민 4명중 3명은 이스라엘 동맹에 해가 된다면 이란 공습에 대한 보복에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美·유럽, 이란 추가 제재 논의 예정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 이스라엘 매체들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16일(현지시간) 발표에서 이란에 대한 신규 제재를 며칠 안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설리번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주요7개국(G7)을 포함한 동맹과 파트너, 미 의회 양당 지도부와 포괄적인 대응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맹과 파트너들이 곧 자체 제재로 뒤따를 것"이라며 이란의 군수 산업과 이란 혁명수비대를 지원하는 조직 및 개인에게 제재를 가하겠다고 설명했다.
설리번의 발표 당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에 참석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수일 안에 이란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를 채택할 것으로 전적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이란의 석유 수출 능력을 제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석유 수출 등과 관련한 경제 제재를 시사했다.
같은날 유럽연합(EU)의 27개 회원국 외교장관들도 긴급 화상 회의에서 이란 제재를 논의했다. EU의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일부 회원국이 대(對)이란 제재를 확대할 것을 요청했다"며 제안된 제재를 토대로 구체적 작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G7 재무장관들은 20일까지 열리는 IMF·WB 춘계 총회에서 이란 제재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스라엘 국민 보복에 '시큰둥'
이스라엘 국민 대부분은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이 동맹국에 피해를 줄 경우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TOI는 16일 공개된 이스라엘 히브루 대학의 설문조사를 인용해 이스라엘 국민들의 74%가 "만약 이스라엘의 동맹들과 안보동맹에 해가 된다면" 이란 공습에 대한 보복에 반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4~15일 온라인과 전화 설문으로 진행되었고 1466명의 이스라엘 성인 남녀가 참여했다.
응답자의 56%는 이스라엘 정부가 "동맹의 정치·군사적 요구에 긍정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란의 지난 13일 공습 당시 이스라엘 사망자는 0명이었으며 단 1명의 부상자만 확인됐다.
그러나 강성 우파와 연정으로 겨우 정부를 유지하고 있는 네타냐후는 어떻게든 보복으로 정치적 입지를 굳혀야 하는 상황이다. 네타냐후와 전시 내각 관계자들은 14일부터 사흘 연속으로 대응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스라엘 관계자는 16일 TOI를 통해 이스라엘 정부가 일단 대응을 미뤄 이란이 타격 지점을 추측하며 불안에 떨도록 둘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네타냐후는 15일 집권 여당인 리쿠드당 소속 장관들과 만나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영리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날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이란의 이익에 반하는 어떤 작은 행위라도 가해자에게 엄중하고 광범위하며 고통스러운 대응을 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재보복에 대해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4명의 미 정부 관계자는 16일 미 NBC방송을 통해 이스라엘이 전면전을 피하라는 동맹의 압박을 감안해 이란을 직접 공격하는 대신, 레바논의 헤즈볼라나 시리아의 다른 친이란 조직을 공습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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