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지키는 의료인 피로감 커져
대형 종합병원 적자 속 비상경영
전공의 복귀땐 PA와 업무 겹쳐
범위 조정·제도화 필요 목소리도
의과대학 증원 정책으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장기화하는 17일 오후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이탈로 촉발된 의료대란이 두 달째 이어지면서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대 교수들과 진료보조(PA) 간호사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17일 의료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가 높은 전공의 의존도와 의사와의 경계가 모호한 PA간호사의 수행 업무범위 등 현 의료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함께 PA간호사 제도화 방안 등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공의 적은 종합병원은 타격 작아
실제 이번 의료대란으로 전공의 비중이 의사 중 30~40%를 차지하는 대형 상급종합병원들은 매일 적자를 이어가며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이와 달리 수련하는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 위주로 운영되는 2차 병원은 전공의 중심으로 이뤄지는 의사 집단행동의 영향을 적게 받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으로 몰리던 비응급·비중증 환자들이 2차 병원으로 분산되면서 의료시스템이 정상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전공의를 포함한 병원 내 의료인력의 업무를 명확히 하고 정부의 세부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한병원협회가 최근 개최한 'KHC 2024'에 참석한 윤석준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그동안 대형 상급종합병원에서 전공의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보면 근로자로서 역할과 수련생으로서의 역할이 8대 2 정도였다"며 "이 역할을 5대 5 또는 4대 6으로 바꿔야 전공의도 훈련을 의미가 있고, 병원도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공의 근로를 낮추면서 발생하는 역할을 전문의나 PA들이 할 수 있는데, 이들이 종합적으로 재설계돼야 한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의사·간호사와 간호사·진료지원간호사와의 업무범위를 누가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 병원에서도 구분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을 지키는 간호사들도 번아웃을 호소하고 있다.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병원에서 매달 수억원씩 적자가 나는 상황이라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면서 병동 간호사들을 1개월부터 1년까지 다른 지역으로 파견을 보내고 있다"며 "환자가 줄어들어 병동을 닫으면서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 간호사들의 경우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지방 파견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1년차 전공의들이 일부 복귀했으나 교육해 줄 선배들이 없어 PA간호사들이 교육을 맡아서 하고 있다"며 "업무는 계속 늘어나는데 처우는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각 병원이 재정난을 호소하며 간호사 채용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취소하면서 전공의 집단사직 장기화의 불똥은 현직은 물론 예비 간호사에게까지 튀고 있다. 간호사 채용시험 합격 후 입사 시점이 무기한 미뤄지는 '입사지연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PA, 전공의와 업무범위 조정해야
전공의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PA간호사를 증원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으로 복귀하면 PA간호사와 업무범위가 겹쳐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전공의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PA간호사를 증원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2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PA간호사 2715명을 증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의료공백을 메꾸기 위해 PA간호사의 역할을 인정하는 시범사업이 추후 전공의 복귀 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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