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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 기대 이하 수주에 반도체 종목 급락

[파이낸셜뉴스]
ASML, 기대 이하 수주에 반도체 종목 급락
세계 최대 반도체 광학장비 업체인 네덜란드 ASML의 벨도벤 공장에서 직원들이 2019년 4월 4일(현지시간) 광학 반도체 장비를 조립하고 있다. ASML은 17일 실적발표에서 기대 이하의 1분기 수주 실적을 공개해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 종목들 주가를 큰 폭으로 끌어내렸다. 로이터 뉴스1


네덜란드 광학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이 17일(현지시간) 반도체 종목들에 직격탄을 날렸다.

ASML이 이날 1분기 실적 발표에서 기대 이하의 수주 기록을 공개하면서 반도체 종목들이 급락했다.

ASML은 1분기 광학장비 순주문이 36억1000만유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 51억달러의 70% 수준에 그쳤다.

인공지능(AI) 붐, 각국의 반도체 설비 확충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것만큼의 장비 주문은 없었다는 뜻이다.

미즈호증권은 그 원인을 메모리 반도체에서 찾았다.

미즈호 애널리스트 대니얼 오레이건은 메모리가 여전히 재고 소진이 안 돼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의 메모리 수주가 지연되고 있고, 이 때문에 이들의 반도체 장비 주문이 늦춰지면서 ASML 장비 수주가 기대를 밑돌았다고 분석했다.

AI 반도체 핵심인 그래픽반도체(GPU) 등 시스템 반도체는 여전히 심각한 공급 부족 상태에 있고, AI에 들어가는 고대역메모리(HBM) 역시 가파른 수요 확대가 기대되지만 투자자들은 매도로 방향을 잡았다.

반도체 종목들의 가파른 상승세를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던 투자자들에게 매도를 위한 좋은 핑곗거리가 됐다.

당사자인 ASML은 미국증권예탁원증서(ADR)가 69.31달러(7.09%) 폭락한 907.61달러로 미끄러졌다.

반도체 장비 기대 이하 수주가 그저 핑계였다는 점은 이들 장비를 활용해 직접 반도체를 생산하는 업체들의 주가 낙폭이 크지 않았다는 점으로도 확인된다.

ASML에 반도체 장비를 주문하는 대만 TSMC, 삼성전자, 미국 인텔도 주가가 하락했지만 낙폭이 크지는 않았다.

TSMC는 ADR이 뉴욕증시에서 0.77달러(0.55%) 내린 139.03달러로 마감했고, 삼성전자는 1100원(1.38%) 하락한 7만89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인텔도 0.58달러(1.60%) 밀린 35.6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반면 그동안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반도체 설계 업체들은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반도체 설계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영국 암(ARM) 홀딩스는 14.66달러(11.99%) 폭락한 107.56달러로 추락했다.

AI 반도체 대표주가 엔비디아는 33.80달러(3.87%) 급락한 840.35달러, 후발주자 AMD는 9.44달러(5.78%) 폭락한 154.02달러로 미끄러졌다.

브로드컴은 46.43달러(3.49%) 급락한 1282.63달러, 마이크론은 5.44달러(4.47%) 급락한 116.33달러로 떨어졌다.

마이크론을 제외하면 모두 반도체를 설계만 할 뿐 직접 생산하지 않는 업체들이다.

한편 엔비디아와 AMD는 시간 외 거래에서는 반등에 성공했다.

엔비디아는 0.64% 오른 845.71달러, AMD는 0.04% 상승한 154.08달러를 기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