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모두발언
기업과 주주행동주의 상생·발전을 위한 간담회
“단기 수익 추구하는 무리한 요구는 성장 저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금융감독원-네이버 업무협약식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금융감독원 이복현 원장이 국내 행동주의펀드들을 만난 자리에서 단기수익 추구 목적의 행위 대신 장기 성장전략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취지와 달리 오히려 성장만 제약하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다. 동시에 기업들에게는 건전 지배구조 구축을 주문하며 주주들과 적극 소통하도록 당부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1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기업과 주주행동주의의 상생·발전을 위한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트러스톤, KCGI·안다·얼라인·차파트너스 등 행동주의펀드로 분류되는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했다. KT&G, DB하이텍, 신한금융지주, JB금융지주 등 기업 측과 국민연금 관계자도 참여했다.
이 원장은 “주주행동주의 기관은 ‘장기 성장전략’을 기업·주주에 적극 제시해달라”면서도 “단기수익만을 추구하는 무리한 요구는 기업 장기 성장동력을 저해할 뿐 아니라 자본시장 발전에도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올해 주주총회 결과에서 보듯 행동전략이 탄탄하지 못하면 주주들 공감을 얻지 못한 채 공허한 캠페인으로 끝날 수 있다”고 쓴 소리를 했다. 실제 올해 정기주총 주주제안 93건 중 가결된 주주환원과 이사선임 안건 등은 각각 2건, 26건으로 가결율은 30%에 그쳤다.
금감원에 따르면 행동주의펀드 CEO들은 “주주행동주의 활동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기업 비협조에 따른 주주권 행사의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장기 성장 목표 간 균형을 고려할 필요는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원장은 기업들에게는 “앞으로 주주행동주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요구 등 다양한 활동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주주의 정당한 요구엔 ‘적극 소통’ 해달라”며 “건전한 기업기배구조 형성을 위한 노력도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기업 측에선 ‘기업 평판 및 경영안정성에 미칠 부정적 영향 우려, 기업을 위한 제도 보완 필요성’이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장은 시장 전문가들에겐 “싹을 틔운 주주행동주의가 자본시장에 건전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냉철한 분석과 평가를 바탕으로 지속 조언해 달라”며 “상장회사협의회 등은 시업이 사전에 체력을 키우고 주주제안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에 힘써 달라”고 말했다.
전문가 그룹에선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장, 송민경 한국ESG기준원 선임연구위원,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천성대 금융투자협회 증권선물본부장 등이 자리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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