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美 대중 관세보복 국내 여파 면밀히 점검해야

바이든과 트럼프, 중국 견제 강화
불확실성 커져 득보다 악영향 예상

[fn사설] 美 대중 관세보복 국내 여파 면밀히 점검해야
조 바이든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미국철강노조 연설에서 일련의 보호주의 조치를 공개하면서 "나는 미국 철강 노동자인 당신 편에 서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미중 간 관세보복 전쟁이 재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무역법 301조에 따른 중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를 최대 3배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지난 17일(현지시간)에는 미국철강노조(USW) 본부를 찾아 "중국 철강회사는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속이고 있다"면서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번 미국 대선에 도전할 것이 확실시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중국을 겨냥한 초강경 관세부과 방안을 제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60% 이상의 관세를 일률적으로 적용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과 대선 후보가 중국을 상대로 '관세 때리기'에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오는 11월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미국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다. 단순 공약에 그치지 않고 실제 이행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정부시절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물론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다. 잘 따져봐야 한다.

일각에선 미국의 대중국 관세정책 덕에 한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기대를 한다. 그러나 이번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부과만 놓고 볼 때 우리 기업에 득 될 게 없다고 본다. 한국이 미국에 수출할 수 있는 철강 물량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미 수출물량이 줄어도 우리 기업이 혜택을 얻을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미국과 중국간 충돌이 격화돼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어 심각하게 지켜보는 게 맞다. 중국의 철강 생산량이 과도한 가운데 미국 수출이 막히면 다른 국가로 덤핑되어 유입될 우려가 크다. 우리 시장이 중국산 저가 철강에 피해를 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이어 다른 제품까지 들고 나올 경우다. 중국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중국은 과거 트럼프 정부 시절 미국의 관세보복에 대한 철칙을 정한 바 있다. 미국이 때린 관세 비중과 똑같은 수준으로 보복한다는 원칙이었다.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관세인상에 대해서도 중국은 맞대응에 나설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무역도 경색될 수밖에 없어 우리 경제에 간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따로 있다.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미국 관세폭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다. 최근 몇 년간 우리 경제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대미 수출량을 급격히 늘렸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미국 수출 비중이 중국 수출 못지않게 커졌다. 한국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보는 미국이 우리라고 순순히 넘어갈 리 없다.


세계 경제에서 자국 이기주의는 시간이 흐를수록 심화되고 있다. 안보 동맹국이어도 경제적 이익을 앞에 놓고서는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는 시대다. 정부는 미국의 대중국 관세 때리기 정책이 우리 기업과 시장에 미칠 잠재적 위협을 시나리오별로 꼼꼼하게 살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