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엔美대사 '新 제재 감시' 밝혀
北 '패자의 비루한 구걸행각' 규정
"저들끼리 북 치는 추태 냉대 받을 것"
핵보유국 수순 가로막힐까 불안한 듯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가 17일 서울 용산구 아메리칸 디플러머시 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방한 목적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국제연합(UN·유엔) 대북제재 감시기구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자 북한이 즉각 비난하고 나섰다.
대북제재 위반 보고서를 내 감시 역할을 맡아왔던 유엔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이 러시아에 의해 사라졌다. 안보리(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로 전문가 패널 임기연장안이 폐기됐다.
이에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미국대사는 지난 14~17일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 정부 고위인사들을 잇달아 만나 ‘새로운 유엔 대북제재 이행감시 메커니즘’ 구축 추진을 밝혔다.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 배경에 북러 간 불법적 군사협력이 있다는 점을 비판하면서다.
그러자 북한은 19일 반발했다. 김선경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담당 부상은 담화를 통해 토마스-그린필드 대사의 한국과 일본 방문을 두고 “대북제재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는 패자의 비루한 구걸행각”이라고 규정했다.
김 부상은 미국의 최우방인 이스라엘이 이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충돌로 안보 위기에 처한 상황을 짚으며 “이 모든 것을 외면하고 아시아 지역 행각에 부득부득 나선 것을 보면 거덜이 난 대조선(대북한) 제재 구도의 비참한 운명 앞에 되게 당황스러운 모양”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그러면서 “결국 다 째진 제재 북통을 한뜸 한뜸 꿰매서라도 압박의 북소리를 계속 울려보겠다는 것인데 그 공진 효과가 얼마나 크겠는지, 저들끼리 북도 치고 꽹과리도 치면서 돌아가는 추태가 국제사회로부터 어떤 냉대와 조소를 받게 되겠는지 자못 궁금하다”고 비꼬았다.
이는 미국이 적극 대북제재 복구에 나서는 것에 대한 북한의 두려움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숙원인 핵보유국 지위는 인도나 파키스탄 전례를 고려하면 제재가 무력화돼야 한다. 북한으로선 러시아의 도움으로 겨우 터낸 핵보유국의 길이 미국으로 인해 가로막힐 수 있다는 불안을 가질 수밖에 없다.
토마스-그린필드 대사는 방한기간 대북제재 감시 대안에 대해 유엔 내부와 바깥에서 동시에 방안을 찾을 것이라 밝혔다.
유엔 내부에선 안보리가 아닌 총회를 통해 대북제재 감시기구를 마련하는 방법이 있다. 유엔총회는 회원국의 3분의 2 이상 찬성만이 필요하고 중국과 러시아 등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가 불가능해서다. 토마스-그린필드 대사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유엔을 벗어나 미국과 우방국들끼리 대북제재 위반을 고발하는 보고서를 내는 방안도 제기된다. 토마스-그린필드 대사는 앞서 지난 15일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만나 “미국이 대북제재 위반과 관련한 신뢰할 수 있는 보고서가 계속 나올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 중에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유엔 안팎 대안이 대북제재 약화를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론이 우세하다. 가장 큰 위반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참여하지 않는 감시기구로는 충분한 위상과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장기적으로 유엔 대북제재가 유명무실화되는 것을 막을 순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관련기사 : 美주도 ‘대북제재 시스템 소생’ 시도..실효성은 “글쎄”)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