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검경 추적에 캄보디아서 검거
중국서 캄보디아로 은신한 공급총책
필로폰 韓판매 지속하다 덜미 잡혀
INTAC 통해 추적..캄보디아 경찰 체포
은신처에 2.3만명 투약분 필로폰 발견
'시그니처' 개발해 韓공급계획 드러나
"검거 못했으면 대량 밀반입됐을 것"
필로폰 발견된 탓에 국내 송환 못해
지난해 4월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의 필로폰 공급총책 38세 중국인 A씨가 지난 16일 캄보디아 프놈펜 현지에서 검거됐다. /사진=국가정보원
지난해 4월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의 필로폰 공급총책 38세 중국인 A씨가 지난 16일 캄보디아 프놈펜 현지에서 검거됐다. 검거 현장에서 발견된 필로폰 약 700g. /사진=국가정보원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4월 국민적 충격을 안겨줬던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의 필로폰 공급총책이 지난 16일 캄보디아에서 검거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판매조직 근절 지시에 따라 수사당국의 총력 대응한 결과다.
19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38세 중국인인 총책 A씨는 우리 당국 수사망이 좁혀지자 중국에서 캄보디아로 밀입국해 숨었지만 국정원과 검찰·경찰, 캄보디아 경찰의 4각 공조로 검거됐다.
지난 1월 캄보디아에서 인천공항으로 여행가방에 필로폰 4kg을 담아 밀반입하려던 34세 중국인이 적발됐다. 국정원은 B씨의 배후를 추적해보니 A씨의 덜미를 잡을 수 있었다. A씨는 캄보디아로 은신한 후에도 한국으로 필로폰을 공급해왔던 것이다.
국정원은 대검찰청 마약과와 국가수사본부 마약조직범죄수사과, 캄보디아 경찰 등과 현지에서 A씨 검거 공조에 착수했다. 해외 정보망을 통해 A씨의 은신처와 체류동향, 생활패턴, 주변인물을 탐색해 포위망을 좁혔다. 추적 과정에서 지난 2월 27일 한국과 캄보디아를 비롯해 라오스·필리핀·베트남·태국 등 아시아태평양 주요국들의 정보수사기관들이 함께 출범시킨 ‘아시아 마약정보협력체(INTAC)’의 역할이 컸다는 게 국정원의 설명이다.
그러다 국정원은 지난 3월 A씨 소재를 확인할 결정적 단서를 입수해 분석했다. 캄보디아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잠복수사에 돌입해 지난 16일 프놈펜 중심가 빌라에서 A씨를 체포했다. A씨의 은신처에는 2만3000여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 약 700g이 발견됐다.
발견된 필로폰 중에는 푸른색으로 인공착색 된 신종 필로폰도 포함됐는데, A씨 조사 결과 ‘시그니처 필로폰’을 개발 중이었다. 남미 조직이 코카인에 고유 문양을 새기는 것과 청색 필로폰이 등장하는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베드’ 등에서 영감을 얻어 푸른색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신형 필로폰은 중국과 한국에 견본품이 전해졌고, 한국 시장의 반응이 좋아 공급 계획을 세우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 관계자는 “A씨를 검거하지 못했다면 대량의 마약이 밀반입돼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과 같은 신종 범죄에 쓰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캄보디아 현지에서 재판에 선다. 애초 우리 당국은 A씨의 국내 송환을 시도했지만, 체포 현장에서 필로폰과 제조 설비가 발견된 탓에 캄보디아 현지법에 의거해 처벌받게 됐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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