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대기업 계열사였던 기업들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서 주인 손바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사모펀드가 해당 기업의 새 주인이 되면서 피인수기업들의 신용도가 흔들리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SK렌터카의 새로운 주인으로 낙점되면서 3개 신용평가사가 일제히 신용등급 하향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매각가격은 8500억원 수준으로 SK그룹으로선 1조원 가까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SK렌터카 입장에서는 든든한 모기업이 사라짐에 따라 자본시장에서 조달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 유사시 모기업의 지원 가능성에 따른 등급 상향분이 반영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신용평가는 수시평가를 통해 SK렌터카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 단기신용등급을 A2+로 유지하면서도 장단기채 모두 등급을 하향 검토대상에 등록했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인수회사에 대한 지원 여부 결정이 경제적·전략적 판단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는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도 마찬가지다.
SK그룹의 보안사업 계열사 SK쉴더스도 사모펀드로 주인이 바뀌면서 신용등급이 하향됐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SK스퀘어가 EQT파트너스에 지분을 매각하자 모기업의 자금 지원 가능성이 줄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SK쉴더스의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면서 등급감시 하향검토 대상에 올렸다. 한신평 측은 “대주주가 PEF로 변경되는 경우 계열의 유사시 지원 가능성에 따른 등급 상향은 반영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쌍용C&E도 대주주 변경으로 신용도가 흔들린 사례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월 쌍용C&E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포함했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도 지난달 쌍용C&E의 신용등급을 A0로 유지하면서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평가사들은 모두 공개매수 및 최대주주인 PEF의 영향력 확대를 쌍용C&E의 재무안정성 저하 요인으로 꼽았다. 최대주주 PEF인 한앤컴퍼니가 쌍용C&E의 완전 자회사 편입 및 상장폐지를 추진하면서 공개매수를 진행한 결과다. 쌍용C&E는 자기주식 매입을 위해 약 3350억원을 투입했고, 이 과정에서 1800억원의 단기차입을 진행했다.
대기업들처럼 든든한 신용도를 제공하지는 못하지만 사모펀드의 역할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위치에 있다. 시장에 나온 매물을 소화하면서 자본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기업가치를 효율적으로 키울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매각을 추진 중인 MG손해보험 역시 사모펀드가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예금보험공사가 공개매각을 위한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한 결과 2곳이 인수의향서를 제출, 유효경쟁이 성립했다.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데일리파트너스와 미국계 사모펀드 JC플라워가 뛰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MG손해보험 이외에도 M&A 시장에서 매물로 거론되는 보험사는 ABL생명, 카디프생명, KDB생명, 동양생명, 롯데손해보험 등이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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