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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금리인하 기대 CB 발행 급증… 신종자본증권 적극 활용

이달 7개월만에 1천억 돌파

중소기업들의 전환사채(CB) 발행이 대거 늘어나고 있다. 금리인하 시점이 불분명하지만 방향성은 확실한 만큼 주식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될 것이란 믿음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23일 코스콤CHECK에 따르면 이달 CB 순발행 규모는 1635억원(21일 기준)에 이른다. CB 순발행액이 1000억원을 넘은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 만이다.

특히 영구채 성격의 CB 물량을 적극 활용하는 기업들이 눈에 띈다.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과 자금 조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모습이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인식돼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주가 흐름이 상승세를 탈 경우 주식전환으로 시세차익도 노릴 수 있다.

항공기 부품 제조업체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1일 신종자본증권 CB 1300억원어치를 찍었다. 만기는 30년으로, 사실상 영구채다. 표면이자율은 연 3% 수준으로 CB 행사가격은 주당 1만3995원이다. 현 주가(1만880원)보다 30%가량 높다.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는 에어버스, 록히드마틴, 노스롭그루만, 보잉 등 항공·방산·우주산업 글로벌 티어1 공급사로 꼽힌다.

임플란트 전문기업 디오는 이달 12일 7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CB를 발행했다. 표면이자율은 역시 연 3%다.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가격은 2만629원으로, 이날 종가(2만600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일반 CB 발행도 활발하다. 텔콘알에프제약은 지난 19일 CB 22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3년물로 표면이율은 연 2.0%에서 결정됐다. 방위사업체 빅텍(100억원), 제약바이오기업 에이비온(190억원), 유아용 가구용품 업체 꿈비(200억원) 등도 이달에 CB 발행을 늘렸다.

그러나 실적의 뒷받침이 없는 주가 상승은 위험한 기대라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수년 전 발행한 CB 투자자들 중에선 "원금이라도 돌려달라"며 조기상환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휴맥스가 2022년 12월 발행한 CB 200억원에 대한 풋옵션 신청비율은 75%(22일 기준)에 이른다. 조기상환일은 오는 6월 14일이다. 휴맥스의 주식전환 행사가격은 주당 8650원이지만 현재 주가는 2205원이다. 투자자로선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주당 6000원이 넘는 손실을 보게 된다. 표면이자율이 연 5.0% 수준임에도 투자자들은 이자 수취보다 조기상환을 선택했다.

휴맥스의 주력 사업인 게이트웨이부문 매출은 2018년 1조2907억원이었으나 지난해 4507억원으로 3분의 1 토막이 났고,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코스맥스비티아이가 2021년 6월 발행한 CB(150억원 규모)의 풋옵션 비율은 80%에 달했다.
주식전환 행사가격은 주당 1만9098원이지만 현 주가는 9510원에 불과하다.

CB에 붙는 풋오션은 투자자에게 중도에 투자금 회수 기회를 주는 것으로, 일종의 투자 안전장치로 여겨진다. 5~6월에 조기상환일이 잡힌 기업 가운데 풋옵션 비율이 50%를 상회하는 기업은 휴맥스, 코스맥스비티아이 외에도 애드플랫폼, 소프트센, 천보정밀, 아미코젠, 이원다이애그노믹스 등이 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