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A씨가 몰던 벤츠 차량이 주차장에 있는 차량을 잇달아 들이받았다. 사진=조선일보, 독자제공 영상 캡처
[파이낸셜뉴스] 서울 여의도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70대 경비원이 이중주차 된 입주자의 벤츠 차량을 이동시키던 중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다른 차량 12대를 잇달아 들이 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24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전 7시 50분경 경비원 A씨(77)는 아파트 잔지 내 이중으로 주차된 차량을 정리하기 위해 벤츠 GLC 차량의 운전석에 앉았다.
이 아파트는 경비실에서 차량 키를 보관하다가 필요시 경비원이 차를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별 문제 없이 운전을 해왔지만 안씨는 이날 주차장 내에서 후진을 하던 중 8대, 다시 우회전해 직진을 하다 4대 등 차량 12대를 잇달아 들이받은 뒤에야 차를 멈췄다. 이 사고로 일부 차량은 범퍼와 후미가 찌그러졌고, 안씨가 몰았던 차량도 상당 부분이 파손됐다.
이번 사고로 피해를 입은 일부 차주는 보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고, 사고를 낸 차량 소유주와 경비원은 급발진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비원이 책임을 져야하는 경우 수리비와 차량 렌트비 등 억대 비용을 물 것으로 보인다.
A씨가 몰았던 벤츠의 차주 B(63)씨는 조선일보에 "사고 차량 수리비와 렌트비 등을 모두 더하면 최소 억대 비용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 차량의 차주 12명 중 1명은 강력히 보상을 요구하고 있고, 2명은 상황만 간단히 문의한 상태”라고 했다. 이어 "급발진 사고 가능성도 있고, 경비원이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B씨 벤츠의 수리비로만 견적이 5000만원 정도라고 한다. 이날 A씨가 들이받은 차량 중에는 신차로 대당 1억3460만~2억960만원 정도의 고급 차량인 벤츠S350도 있었다.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A씨는 벤츠를 후진시키면서 브레이크를 잇따라 밟은 것으로 보인다. 최소 여섯 차례 밟는 모습이 깜빡이는 브레이크등을 통해 확인된다. 그런데 차량은 이 때에도 갑자기 속도가 빨라지면서 뒤쪽 방향으로 그대로 돌진하고, 차량 2대와 부딪힌다. 그 차량들이 밀려나면서 또다른 차량 5대와 충돌한다.
이후에도 브레이크등이 계속 들어와 있는 상태에서 벤츠 차량은 앞으로 주행한다. A씨는 조선일보에 "브레이크를 밟고 후진하는데 뒤에 (있던 차량을) 박았고, 또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차량이 막 앞으로 갔다"고 했다. 실제로 첫번째 추돌 전 차량 뒷모습이 찍힌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후진하는 벤츠 차량 브레이크등이 잇달아 깜빡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벤츠 차량 엔진 쪽에서 굉음이 들렸다는 것이 A씨와 사고 당시 목격자들의 증언이다.
A씨는 차량 속력이 갑자기 빨라졌고,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조만간 A씨를 불러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급발진을 주장하는 만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