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록에 5월 여론전 준비 "궁극적으로 하이브를 빠져나간다"
하이브 방시혁 의장(왼쪽), 어도어 민희진 대표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2025년 1월 2일에 풋옵션 행사 EXIT/어도어는 빈껍데기 됨/재무적 투자자를 구함(민대표님+하이브에서 어도어 사오는 plan)/하이브에 어도어 팔라고 권유…
25일 하이브가 산하 레이블 어도어에 대한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어도어 임원들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공개했다.
하이브가 한 대면 조사와 제출된 정보자산 속 대화록 등에 따르면 어도어 대표이사는 경영진들에게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매각하도록 하이브를 압박할 방법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시에 따라 아티스트와의 전속 계약을 중도 해지하는 방법, 어도어 대표이사와 하이브 간 계약을 무효화하는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또한 '글로벌 자금을 당겨와서 하이브랑 딜하자', '하이브가 하는 모든 것에 대해 크리티컬하게 어필하라', '하이브를 괴롭힐 방법을 생각하라'는 대화도 오갔다.
대화록에는 '5월 여론전 준비’, '어도어를 빈 껍데기로 만들어서 데리고 나간다'와 같은 실행 계획도 담겼다.
하이브는 감사대상자로부터 "'궁극적으로 하이브를 빠져나간다'는 워딩은 어도어 대표이사가 한 말을 받아 적은 것이라는 진술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감사대상자 중 한 명은 조사 과정에서 경영권 탈취 계획, 외부 투자자 접촉 사실이 담긴 정보자산을 증거로 제출하고 이를 위해 하이브 공격용 문건을 작성한 사실도 인정했다.
앞서 자회사 어도어의 경영권 탈취 시도 여부를 감사 중인 하이브가 이 과정에서 고소고발, 민사소송, 여론전 등의 소제목이 달린 ‘프로젝트 1945’라는 제목의 문서와 ‘하이브의 죄악’이라는 제목의 폭로용 문건이 작성됐다는 채널A 등의 보도가 타전되기도 했다.
어도어 부대표 A씨 “개인적인 글” 반박했는데...
어도어 부대표 A씨는 '어도어 사태'가 불거진 후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감사 과정에서 발견된 문건과 관련해 “개인적인 글” “민 대표를 비롯한 어도어의 다른 경영진과 논의한 사항이 아니다"라고 반박한 바 있다.
하이브에서 어도어로 이직한 공인회계사 출신인 A씨는 하이브 재직 당시 재무부서에서 IR(투자자 대상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면서 하이브 상장 업무 등을 수행했다.
[서울=뉴시스] 어도어 경영진 3인의 단체 대화방에서 2024년 4월 4일 오간 대화. 부대표의 구상에 대표이사가 답하고 있다. (사진 = 하이브 제공) 2024.04.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어도어는 지난 2021년 11월 하이브(옛 빅히트)의 종속회사인 쏘스뮤직에서 물적분할한 회사다. 기존에 있던 회사를 인수한 게 아니고 하이브가 자본금을 투자해 처음 세운 레이블이었다.
민희진 대표는 지난 2019년 하이브에 합류했다. 원래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 쏘스뮤직에서 새 걸그룹을 함께 론칭할 예정이었다. 방시혁 의장은 2019년 8월 '공동체와 함께하는 빅히트 회사 설명회'에서 "민희진 빅히트 최고 브랜드 책임자(CBO)가 쏘스뮤직과 함께 걸그룹 론칭을 준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민희진 대표는 2021년 패션잡지 W와 가진 인터뷰에서 입사 당시 세 가지 과제를 제안받았는데 첫째는 회사의 리브랜딩 프로젝트 완수(사명 변경 및 신사옥 인테리어 주도), 둘째는 걸그룹 론칭 그리고 셋째는 민희진 레이블 론칭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작과정에서 방 의장과 쏘스뮤직 당시 대표와 이견이 발생하면서 자신이 대표와 총괄 프로듀서를 겸임하는 어도어를 설립했다. 그러니까, 둘째 임무인 걸그룹을 론칭하긴 했는데, 쏘스뮤직이 아니라 자신이 차린 레이블에서 론칭한 것이다.
뉴진스 다섯 중 네 명은 쏘스뮤직 출신 연습생
2021년 11월 쏘스뮤직에서 물적분할한 어도어는 쏘스뮤직 연습생 출신 멤버와 빅히트와 쏘스뮤직이 주최한 글로벌 오디션에서 합격한 멤버들로 뉴진스 5인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쏘스뮤직은 그동안 투자한 연습생 육성 비용을 보전받는 것으로 정리하고 새로 멤버를 꾸려 뉴진스보다 2개월 앞선 2022년 5월, '하이브 1호 걸그룹' 르세라핌을 론칭했다.
어도어는 설립 당시 자본금 1억원 규모였으나, 하이브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161원으로 확대됐다. 하이브는 어도어 설립 초기 하이브 CFO와 글로벌전략팀장을 어도어의 사내이사로 합류시켜 재무와 글로벌 사업을 각각 지원했다. 이때만 해도 어도어는 하이브 100% 자회사였다(지금은 80%). 이후 어도어 이사 등 핵심 멤버는 민대표가 SM엔터테인먼트 시절부터 합을 맞춘 인물로 교체됐다.
24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본사 앞에 뉴진스의 일부 팬들이 보낸 시위 트럭이 세워져 있다. 트럭에는 '민희진은 타 아티스트 비방을 즉시 멈춰라', '민희진은 더이상 뉴진스와 가족을 이용하지 말라', '버니즈(뉴진스 팬덤)는 하이브 소속 뉴진스를 지지한다' 등의 문구가 표기됐다. 최근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하이브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등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2024.4.24/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사진=뉴스1
K팝에 신선한 파장을 일으키며 새로운 흐름을 만든 뉴진스는 2022년 7월 데뷔해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21년 약 40억원 적자기업이던 어도어는 2022년 매출 186억원, 2023년 1103억원으로 급성장했다. 덕분에 뉴진스는 이례적으로 데뷔 2개월만에 활동에 대한 정산을 받았다. 2023년에는 약 261억원이 정산됐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어도어 재무재표 기준 2023년 이 기업의 영업이익은 335억원, 총포괄이익은 265억원이다.
하이브 입사 당시 연봉이 5억원이던 민 대표는 뉴진스를 성공시킨 공로로 어도어 주식 지분을 저가(약 11억원)로 증여받았다. 그 결과 2023년 어도어 지분 18%를 확보하여 2대 주주가 됐다. 이는 하나증권 리포트(2023년말) 기준 어도어 기업가치 2조 기준 약 4000억원에 해당한다.
한편 하이브는 이번에 확보한 자료들을 근거로 관련자들에 대해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25일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하이브는 향후 뉴진스 멤버들에 대한 심리적, 정서적 케어와 성공적인 컴백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멤버들의 법정대리인과 조속히 만나 멤버들을 보호할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박지원 하이브 대표는 "멀티 레이블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로 심려를 끼쳐드려 팬들과 아티스트 그리고 구성원 여러분들께 송구한 마음"이라며 "사건이 일단락 된 만큼, K팝의 소중한 자산인 아티스트들의 심리 치유와 정서적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